처음에 왕의 남자를 알게 된 건 길거리에 나붙은 광고포스터 때문이었다.
길거리를 걸어다니며 몇번씩 마주치는 포스터를 주의깊게 바라보면서
'도대체 이건 무슨 영화일까'라고 생각했다.
왕의 남자라니... 이건 또 어떤 퀴어영화인가. 19세인가. 이런 영화를 찍어도 되는가.
얘는 여자인가 남자인가(이준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등등등의 생각.
2005년 12월 29일날 개봉이었으니 딱 내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친척과 함께 가까운 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영화를 보러 갔었다.
(그때는 영화 개봉한지 한참 후였고 흥행 1위를 기록할때였다.)
문화예술회관이라지만 아무래도 영화관보다는 부족한 시설에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여기저기서 우는 일곱살짜리 애들(어이가 없었다-_-부모가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관람가가 15세인 이유가 있는거다),
옆좌석에서 울리는 핸드폰 등등등 .
초반에 이준기씨 목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생각외로 너무 굵은 목소리때문에 . (외모가 너무 여성스러워 목소리도 얇을 줄 알았다)
중간에 정진영씨 웃음소리를 듣고 또 깜짝 놀랐다.
'이런 -_- 싸x코 같은 왕이있나..'라고 생각했었다.
난 영화를 다 보고나서 들떠있었다.
들뜬 감정을 누르지 못해 -_- 북구문화예술회관 벽에 붙은 포스터 한장을 떼서 집에 가지고 왔다.
그리고 한동안 내 책상앞에 붙여놓았었다 .
그런데 같이 보러 갔던 내 사촌은 도저히 영화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이게 무슨 내용이냐, 영화가 뭐 이렇냐' 등등등.
퀴어적인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사실 강한게 아니라 그냥 대놓고 퀴어다 -_-)
난 정말 동성애라는 소재에 신경쓰지 않고 재미있게 봤었다.
(그래. -_- 난 이미 그때부터............ -_ㅜ)
지금도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왕의남자를 어떻게 봤냐고 하면
무슨 그런 허접스러운 영화가 있냐.. 저질이다.. 스토리가 뭐 그렇냐.. 야오이다.. 과대 포장이다.. 등등
(왕의남자가 야오이라고....... 어이가 없다 세상에 야오이가 모두 다 없어졌냐 -_-)
뭐, 동성애를 아주 혐오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 동성애라는 소재가 그렇게 중요한가 .
그건 동성애라는 소재에 막혀서 제대로 영화를 이해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이라고 (비판해주고싶다)
나도 보면서 스토리전개감이 너무 빠른 감을 느끼고
배우들의 내적갈등을 너무 -_- 잘라낸거 같아 아쉬운 마음도 있다. (그래서 별점이 네개인거다 -_-)
언론에서 흥행 1위라는 타이틀 아래 너무 과대포장하고
연산군의 역사를 왜곡하긴 했지만 (이런걸 왜곡이라고 하나 -_-)
원래 역사를 바탕으로 만든 시대극이나 사극은 모두 다 픽션 아닌가?
(ex. 장보고 : 장보고에 대한 서술은 국사책에 딱 세줄나온다. 세줄을 가지고 엄청난 분량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장보고의 80%는 픽션이다)
그리고 왕의남자는 연산군의 생애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다.
영웅 일대기가 아니란 말이다 .
(그렇게 왕의남자가 짜증나면 그냥 다큐멘터리를 봐라 픽션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으니까 -_-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추천한다.)
동성애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다.
그렇게 동성애를 비판한다고 해서
지금 전세계에있는 동성애자들이 사망하는가?
옛날에는 동성애자가 없었나? 인류와 산업이 발전하면서 동성애가 생겼나?
그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사람들은 무조건 이성애여야하고 이성애만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동성애는 무조건 더럽고 이상하고 추잡한거냐 .
당신들이 공길이 같은 입장이 되어봐라.
누구는 예쁘장하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는게 아니다 -_-
기생이 아들을 낳으면 쓸모없다고 남사당패에 팔아버린다.
기생의 자식인데 예쁠 수 밖에 없다. (유전자가 그리 좋은데... -_-)
광대짓해서 남는게 얼마 되겠는가 .
그리고 광대들은 여자들을 데리고 다니지 않는다.
(여자가 끼이면 재수없다고 한다. 그리고 -_- 광대라는 직업 특성상 온나라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여자처럼 약하면 골치아프다)
그럼 공길이같은 애들이 여자역할 다 맡으면서 몸을 팔 수 밖에 없는거다.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이든 지금이든 비일비재했던 동성애다.
지금도 사람들이 쉬쉬할뿐이지 동성애는 많다.
제발. 동성애와 이성애를 다르게 보지 말라.
(동성애를 찬양(?)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써 외친다.)
동성애라는 소재도 영화코드의 한 부분인데 어째서 동성애라는 이유만으로 욕하는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솔직히 요즘 툭하면 쓰이는 소재가 동성애 아닌가
그리고 왕의남자가 흥행한 이유는
동성애에 미친 야오녀들이 줄줄이 가서 봤기 때문이 아니다.
조선을 실제감있게 잘 표현한 배경. 배우들의 연기,
중국의 경극을 우리나라 식으로 잘 표현, 조선시대 광대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 등등등
동성애라는 민감한 소재에도 흥행한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거다.
왕의남자가 시간때우기 영화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렇게 대놓고 왕의 남자를 편애하는 내가 별점을 네개를 준 이유는
솔직히 나도 -_- 스토리 구성도 너무 빨랐고 스토리가 뒤로 가면서 지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 잘라낸 부분도 너무 많았다. -_ㅜ (공길이와 장생이의 애정씬.. 보고싶었다 !!)
어이없었던 건 동기를 부여하는 내용이 -_-
사람을 죽였다고 도대체 왜 한양으로 간건지 모르겠다
(첩첩 산중에서 둘이 잘먹고 잘살면 어디 덧나냐고.. 물론, 재주가 아깝긴 하다 -_-)
광대를 없애면 다시 왕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긴 한다나.. -_- 원래부터 미친 왕이었는데
조정을 지키기 위해 공길이를 죽이겠다고 날뛰는 대신들과 장녹수.
좀 -_- 억지스럽긴 했다. 동기부여가 안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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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중요한건 나는 정말 재미있게 봤었다.
(더불어 3D에서 남자가 그렇게 예쁠 수 있는지 정말 새삼 느꼈다. 진짜 이준기 포스터보고 -_-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가더라)
※ 악플 안 받습니다. 지극이 개인적이니 욕하지 마세요. 그래요 -_- 전 동성애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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