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영화 : 인크레더블 헐크
6월 11일 6시 50분 서울극장에서 세계 최초 시사회를 관람했다.
기대가 컸던 영화였지만 그 기대는 시사회장에 도착하고 난 후부터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다.
시사회 티켓을 받으면서 “오늘 시사회입장에 앞서 보안검색이 있을 예정이니 조금 일찍 입장해 달라”고
덧붙였다. 보안검색이라.... 시사회에서의 보안검색은 주로 일반시사회가 아닌 기자시사회장에서 한다.
세계 최초 시사회 어쩌니 해도, 카메라나 캠코더면 또 모를까 누가 핸드폰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단
말인가! (핸드폰으로 2시간 찍어서 올린 영화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다.) 더욱 어처구니 없었던건
보안요원들 태도다. 회사 일 때문에 중요한 전화가 올 수도 있다고 얘기했지만, 쇠 귀에 경 읽기다.
할 수 없이 핸드폰을 맡기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지만, 기분은 아주 언짢았다. 시사회장에 온 사람들
모두를 필름 도둑으로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얼굴은 이미 헐크가 되있었다. -_- + )
그렇다면 이렇게 유난을 떨며 보안검색을 요구했던 영화는 어땠을까?
영화는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전편보다 5년은 후퇴한 속편' 이다.
2003년에 개봉했던 이안 감독의 '헐크'는 기존의 액션 블록버스터들과는 조금은 다른 영화였다.
액션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더라도, 드라마는 훌륭했다. 헐크라는 분노의 힘을 가진 자기 자신과 싸우는
주인공 에릭 바나의 연기는 아주 훌륭했다.
(특히 변신 후에도 에릭 바나와 싱크율이 높은 헐크의 모습에 헐크에 대한 감정이입이 쉬웠다.)
그런데 이번 인크레더블 헐크는 어떤가....
주인공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 자체는 나무랄 데 없다. 하지만 헐크로서의 에드워드 노튼은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평소 소심하고 나약한 캐릭터인 변신 전의 브루스와 분노로 인해 괴력을 갖게 되는 변신 후의 헐크는
그 변신에 대한 변화 폭을 크게 그리려고 했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 2명이 따로 노는 격이였다.
에드워드 노튼은 노튼대로, 헐크는 헐크대로 따로 겉돌기만 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액션씬은 너무 평범하고 볼 것이 없었다. 스파이더 맨이나 아이언맨 등 다른 마블영화들의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는 전혀 없었고, 무조건 집어 던지는 액션만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나오는 괴물헐크와 싸우는 헐크의
액션은 조악한 레슬링 경기였다. 군데군데 CG의 어색함은 티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악역으로 나오는 블론스키는 중요한 악역이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악역으로의 전환이
전혀 개연성이 없고, 과장되고, 뜬금없는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악역은 악역다워야 빛을 발하는데,
이건 뭥미 하는 난감한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인크레더블 헐크는 올 여름 액션 블럭버스터로 기대가 높은 작품이다. 이미 마블 코믹스와 드라마 '두 얼굴의
사나이', 영화 '헐크'(2003) 으로 그만큼 친숙하고, 잘 알려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친숙함만큼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진 진부해져버린 헐크를 뛰어넘어 새로운 헐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인크레더블 헐
크는 실패했다.
킬링 타임용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2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딱딱한 극장의자에 앉아 보는 건 다소
고역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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