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캐스피언 왕자는 전작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못본 관객들이 관람해도
별 무리가 없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나니아를 떠나있다가 한참 후에야 되돌아 간다는 설정이니 그럴법도 하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는 엄연한 속편임에도
전작과 분위기가 제법 달라진 느낌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공간적으로 여전히 나니아가 이야기의 전개 배경이 되어주고 있으나
1300년의 시간이 흘러 나니아는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텔마린족(인간족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에
의해 점령되고 나니아족은 숲에 숨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번 작품은 네버엔딩 스토리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섞어놓은듯 한 전작에 비해
반지의 제왕에 좀더 가까운 느낌을 준다.
자! 그건 그렇고 올여름 볼만한 블럭버스터라 추천해줄 만한 이 영화가 뭐가 그리 아쉬웠느냐 하면
바로 구성과 이야기 전개에 있어 창의성이나 새로운 시도가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큰 줄거리만 놓고 본다면 이번 작품은 전작과 동일한 진행을 보여준다.
런던에서 나니아로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런던으로....
게다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전개도 별반 차이가 없다.
한차례 위기와 시련을 겪는 주인공 일행이지만 위대한 사자 아슬란이 나타나
두어번 으르렁 거리면 모든 상황은 깨끗하게 정리되고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
필자는킹콩의 평을 하면서 할리우드의 장점은
뻔한 결말을 가진 이야기를 매번 새로운 포장으로 내놓아 우릴 놀라게 하는 점이라 언급한바 있다.
캐스피언 왕자는 이 점에서 여타 블록버스터와도 차별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감독의 말대로 캐스피언 왕자는 전편에 비해 좀더 어두워 졌고 스케일도 훨씬
커졌다. 인간족이 주축으로 등장하며 펼쳐지는 권력투쟁과 음모는
좀더 넓은 연령대의 관객층을 공략할만도 하고 극중반과 후반에 등장하는 전투신들도
관람등급을 고려하면 만족스런 수준을 보여준다.
특히 투석기가 등장하고 칼과 창을 가진 인간족 기마대가 돌진하는 후반 전쟁장면은
전작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CG로 구현해낸 움직이는 나무들이나
인간족 군대를 쓸어버리는 물의 거인등은 정교한 그래픽을 뽐낸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 결국은 아슬란을 불러내기 위한 하나의 구실로 보이는건 나만 그런가?
극중 루시는 아슬란에게 왜 지난번 처럼 도와주러 오지 않냐고 묻는데
아슬란은 이렇게 대답한다. "같은 일이 두번 반복되지는 않아..."
그러나 전작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상황은 반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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