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 부족할 게 없는 누군가가 솔로라고 하면, 다들 묻는다. “
너 같은 애가 왜 애인이 없니?” 글쎄. 그 이유는 본인도 모른다.
얼굴 예쁘지, 몸매 착하지, 성격 밝고 귀엽지, 직업 근사하지, 덤으로 탱고까지 잘 추지.
서른살의 그레이(헤더 그레이엄)도 그래서 자신의 인생이 미스터리다.
뉴욕에서 함께 사는 외과의사 오빠 샘(톰 카바나)도 마찬가지로 솔로.
애인 대신 서로의 허리를 끌어안고 <Chick To Chick>에 맞춰 탱고를 추던 두 남매는
서로에게 애인을 찾아주기로 한다.
먼저 애인을 찾은 건 오빠. 샘은 밝고 매력적인 여성 찰리(브리짓 모나한)와 눈이 맞아
사귄 지 하루 만에 결혼을 결정하고 일주일 뒤 결혼식을 올린다.
들러리를 서게 된 그레이는 그들의 결혼식 전날 밤,
자신이 왜 근사한 남자친구를 가질 수 없는지 깨닫게 된다.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었던 걸까?
그녀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삼십년 만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은 그레이는 혼란에 빠진다.
그 이유는 자신이 남자가 아닌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사랑해선 안 될 여자라는 것 때문이다.
<잘나가는 그녀에게 왜 애인이 없을까>는 그러니까 한 여자의 커밍아웃에 관한 이야기이고,
두 가지 종류의 금기시된 사랑에 관한 영화다.
몹시 우울하게 다뤄질 수도 있는 소재를 영화는 굉장히 활발한 터치로 산뜻하게 다룬다.
그 유쾌한 감각은 충분히 즐길 만하다.
다만 어떤 관점으로든 문제의식을 갖고 보진 말 것.
그레이의 개인 정신과 상담의사 시드니(시시 스페이섹)의 태도가 그렇듯
영화는 금기시된 사랑 앞에 닥친 서른살 여자의 인생을 조금도 신중하게 다뤄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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