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과학으로 탄생한 새로운 슈퍼 히어로.....
우리에겐 좀 생소하지만, 아이언맨은 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욕심을 낼 정도로 미국에선 마니아들이 두터운 만화라고 한다. 얘기는 이렇다. 타고난 천재이며 바람둥이인 토니는 자신의 무기가 세계평화에 이바지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의 무기가 민간인을 학살하는 도구로서 활용됨을 확인하고는 미국으로 돌아와 군수산업을 그만 둔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스스로는 자신이 개발한 슈트를 입고 슈퍼 히어로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아이언맨>은 액션 영화의 첫 출발이라는 의미에서 여러 가지 미덕을 갖추고 있는 영화다. 우선 토니가 개과천선하는 과정이 무겁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장난스럽지도 않게 적당한 수준에서 처리됐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너무 강조되면 영화는 무거워지고, 힘들어진다. 사람들이 켄 로치의 영화를 기대하고 온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기술자들에 대한 정치적 책임감을 얘기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토니처럼 많은 기술자들이 기술 개발에만 신경 쓰고 그 기술의 결과물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엔 적당한 수준의 액션과 유머가 있다. 보통 시리즈로 제작되는 액션 영화의 1편은 많은 실망감을 주는 경우가 더러 있다. 예를 들면, <고스트라이더>의 경우처럼. 히어로의 탄생 과정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면 액션이 빈약하고, 액션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드라마가 빈약하고. 그런데, <아이언맨>은 탄생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적당한 수준이고, 액션도 1편이라는 출발에 맞는 적절한 수준에서 묘사되고 있다. 특히 향후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더욱 갖게 하는 건 세 차례의 중요한 액션 장면이 과하지 않고 간결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과도하게 비비꼬지도 않았고, 원사이드에게 압도적이지도 않아서 보기에 부담감이 확실히 적었다. 적당한 수준의 유머는? 대표적으로 슈트의 실험 과정에서 기계손의 엉뚱한 대처라든지 첫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 착륙하면서 천장과 비싼 자동차를 박살내는 장면 등.
그리고 원작에선 어떤 식으로 묘사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토니와 그의 유일한 비서인 페퍼(기네스 펠트로우)와의 관계도 흥미를 끄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순한 업무 관계도 아닌, 애매모호한 관계. 예전에 <X-파일>의 인기 요소 중 하나는 멀더와 스컬리의 아슬아슬한 관계에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이언맨>이 장기적으로 시리즈로 안착한다면 액션이 어떤 식으로 그려질 것이냐(아무튼 액션영화이므로)와 함께 토니와 페퍼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가져가느냐가 꽤 중요한 지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슈퍼히어로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토니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아니면 토니에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든가, 암튼 어느 쪽이든. 영화 속 토니도 뛰어난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술과 여자로 방탕한 생활을 보내다가 개과천선한 것처럼,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하면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한 때 마약 등 방탕한 생활을 한 끝에 재기에 성공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처음 토니역에 캐스팅됐을 때, 미스 캐스팅이라는 등 말이 많았다고 하는데, 비슷한 인생 역정을 경험한 때문인지 기대 이상으로 소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슈퍼히어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히어로라는 점이 다른 히어로들과는 다른 매력을 제공하고 있다. 수 많은 슈퍼히어로들은 어두운 가면 뒤에 자신을 숨기며 살고 있다. 그로 인해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일탈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술과 여자를 좋아했던 이 새로운 슈퍼 히어로는 당당하게 자신을 사람들 앞에 공개한다. 그것도 애초 계획과 달리. 그로 인해 영화의 마지막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마무리되었고, 2편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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