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1천만불이 투자되었다는 스포츠 판타지
영화인 쿵푸덩크는 홍콩과의 합작으로 화려한 광고와 함께 모습을 드러
냈다. 하지만 대만 영화를 접해본 이라면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주걸륜
의 덩크슛 영상만으로도 이 영화를 <소림축구> 의 장면들과 흡사하게
겹치는 것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만이나 홍콩영화
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비련한 주인공의 모습이 드러난다.
버려진 아이인 팡시지에(주걸륜)의 모습과 함께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
은 기연을 만난다. 농구장 옆에서 버려져 있던 그를 발견한 은자로
보이는 인물이 쿵푸학교에 팡사지에를 맡겨 놓고 팡사지에는 성장한다.
쿵푸학교에서 성장하면 그렇듯 주인공은 늘 최강에 가까운 고수로 성장
하는 모습을 확인할수 있다.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일확천금을 벌
궁리만 하던 꿈을 잃은 중년 리(증지위)의 눈에 포착된 팡사지에는 부모님
을 찾기위한 빌미를 잡혀 농구의 천재소년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엮이는 악당들과 그 과정들이 이제는 단조로운 템포로 보여진
다. 그나마 액션적인 씬이 볼만한 수준이기때문에 애교수준으로 넘어가
주고 싶지만 그 과정속에서 보여지는 이른바 최종보스로 보이는 악연을
보여주는 악당과의 결투씬이 소림축구의 장면과 겹쳐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진백림, 진초하 등의 쿵푸덩크의 화려한 장면들을 위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한 씬마다 농구 광고를 하는 CF를 보는 듯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백발백중으로 농구팀에 들어가는 과정과 다소 서툰 모습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도 기존 홍콩, 대만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고 농구주장의 동생인 릴리(채탁연)에 대한 연심을 품고있는 팡사지에
의 행동패턴또한 진부하게 느껴진다. 마치 전에 보았던 영화의 속편을
보고 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은 화려하게 발전을 보인 CG 등에 대한 매력도
식혀버릴 정도로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결국 이 영화가 스포츠
영화인지 액션인지 멜로인지 혹은 판타지 영화인지 그 장르선정 조차 제대로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그리고 소림축구에서 처럼 등장하는 폭력을 휘두르며
단체 몸싸움을 벌이는 클라이막스의 대결장면에서 느껴지는 허무함은 '건곤대전이'
를 시전하는 팡시지에의 마음보다 절실하게 90분 가량을 시간을 되돌려 버리고
싶은 간절한 감정이 솟구침을 느끼게 한다. 순간, 순간의 씬으로만 보면 괜찮은
부분도 있지만 전체를 연결해 놓고 보면 마치 홍콩영화 역사탐방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의 사상 초유의 데자뷰를 경험한다. 영화를 볼때 순수한 재미도 중요하지만
고정된 틀과 스토리, 인물들과 전개구도를 가지고 그대로 적용하고 단지 화려한
CG와 영상미를 가지고 포장하려 한다면 그 영화는 이미 순수한 영화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때가 있는데 이번 <쿵푸 덩크> 에서도 이러한
여운이 남는다. 영화가 관객에게 외면받을때 어째서 외면하게 되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단점들을 조금은 개선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자국적 정서
만 고려해 만든 영화라면 우물안의 개구리같은 시선으로 보지말고 시각을 국제적으로
넓혔으면 하는 바램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