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수많은 장점들은 다들 잘 아실테니 굳이 내가 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나누었으면 한다.
이 작품은 살인의 추억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다루고 있음에도 여성이 주도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영화이다. 여성은 피해자이면서 무기력하고(여형사) 눈치없는(슈퍼주인) 존재로 그려진다.
왜 하필 그때 전철에 올라탄 것은 지영민이 무시하던 여형사였을까. 왜 그 동네 슈퍼주인은 아줌마였을까. 왜 사건의 해결사적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은 여성의 '공공의 적'인 보도방 주인 엄중호일까. 왜 엄중호에게는 일종의 면죄부를 주게하려는 느낌이 들까. 결국 그도 '차악'에 불과한데. 현실적 캐릭터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엄중호가 우리의 일반적 모습임을 말하고자 한 것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다. 결국 거기까지만 생각했다면 이 역시 여성에 대한 감독의 한계일 것이다. 감독은 추격자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말았다.
차라리 봉감독처럼 피해자로서의 여성 외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말지. 일관된 마초스타일로 알지 못하는 여성에 대해 언급하느라 오히려 그녀들을 두번 죽이고 말았다. 재미는 있었지만 알게 모르게 뭔가 불편함과 거북함을 느꼈을 여성관객들.
분명 잘 만든 영화이지만 남성감독이 가진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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