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와 한 여자...두 남자는 절친한 친구라 하지만, 잘나가는 외환딜러, 전재산을 사기당한 공항식당의 요리사와이 간격은...아내보다 더 가깝게 생각하는 남자와 동료도 밟고 선 성공만을 위해 달려가는 남자와의 간격만큼이나 넓다...
자신의 첫 아이의 출생을 감격스러워하며 가장 먼저 알리려는 재문...그의 벅차고 조바심나는 전화와는 달리, 주문을 따내기 바빠서 받지도 않고 끊어버리는 예준...4박5일 파리 헤어쇼에 간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던 재문이 쓸쓸히 차려내는 저녁상...예준은 회식에서의 비난에서 벗어나고자,언제나 그렇듯, 예준은 본인이 필요할 때만 재문을 찾아가지만...그마저도 상사의 전화에 정신이 없느라 우는 아이, 민혁을 엎어놓고 마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아이를 잃은 그 황망함에 재문은 무너지지만, 그저 고통을 삭힐 뿐...예준에겐 가라고 하고, 모든 죄를 뒤집어 쓰는 어이없는 선택을 하지만...넋놓고 아이를 붙들고 있었던 닷새 재문은 지옥을 견디고 있었으리라...다만 그의 선택이, 우정을 지키기 위한, 아이에 대한 책임감에 대한, 본인의 희생으로 더 좋은 결과가 있으리란 생각이었겠지만, 결국엔 더 끔찍한 지옥을 세 사람 모두 건너가게 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재문이 교도소에 가고 나와서도 혼자 쓸쓸히 치킨집을 여는 사이, 재문은 승승장구해서 CFO가 되고, 아마도 미국에서 갖은 고생을 했을 지숙은 한국으로 돌아와 청담동에서 화려한 헤어샵을 내고, 재문은 감춰왔던 지숙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고, 지숙은 외로움에 지쳐 본능을 쫓았을테니...
뒤늦게서야 지숙에 대한 그리움과 예준의 마음, 그리고 본인이 선택한 결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게 되는 재문...그저 치킨을 먹다 혼자서 꺽꺽 우는 재문...양념치킨을 만들며 떨어지는 눈물만큼이나 가련한 남자...
언제나 잘나가고 차가운, 이성적인 예준...탐하던 지숙도 차지하고 CEO로 될 수도 있는 기회를 갖지만, 한 구석엔 재문과 지숙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있는 남자...궁지에 몰려 소리지르고 화도 내지만, 결국엔 무너지는 남자...
사기당하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상황에서, 도와주겠다는 예준의 도움을 거절하는 재문과는 달리, 고맙다고 반드시 갚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지숙..무기력한 남편에게 짜증내다가도 그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 기다리던 아름다운 아내...하지만...아이를 잃은 절망에, 아무말도 않고 감옥에 간 남편에게, 결국은 진실을 몰랐다고 했지만, 본능에 굴복했던, 이제 겨우 행복을 찾았다고 안도한 그녀에게도 지옥불은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들은 지옥불을 견디고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인생에 시련이나 고통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지옥불을 견딘 그들이 기쁨을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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