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입양되서 한국으로 친아버지를 찾으러 미군에 지원해 아버지를 찾았으나 아버지는 사형수였고, 친자확인 결과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으나 지금도 일년에 두번정도 친아버지라 부르는 사람을 만나러오는 '애런 베이츠'의 실제 이야기를 극화한 <마이 파더>.
영화의 개봉당시 김영철의 연기는 걱정이 안되었으나 다니엘 헤니의 연기력이 심히 걱정되어 부성애라면 눈물 질질흘리는 나도 이 영화는 좀 꺼려졌었다. 예고편을 보면 나름 괜찮게 연기한거 같은데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어릴적 미국으로 입양되어온 '제임스 파커' 그는 친아버지를 찾기위해 주한미군에 입대한다. 드디어 친아버지를 찾은 제임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내연녀를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하려 토막낸 협의로 사형을 받은 사형수다. 제임스는 그를 친아버지라 믿고 그에게 면회도 가고, 사형을 막기 위해 사형제 폐지 운동까지 벌이게 된다.
이 영화를 보기전엔 입양아는 '성덕 바우만'정도 뿐이 몰랐다. 애런 베이츠는 누구일까. 어디서 들어본거 같기도 하고... 인간극장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의 전형적 유형인 감동주기 영화다. 하지만 뭐 그리 감동적이게 하려고 한 연출은 보이지 않는다. 부성애관련 거의 모든 영화에서 코끝이 찡해지는 나도 <마이 파더>는 그런 적이 없다. 뭐랄까 감정이입도 잘 안된다. 그것이 연출 탓인지, 영화 내용 탓인지는 모르겠다.
미국에서 부터 출발하는 영화는 왠지 이거 미국영화같은 삘이 느껴진다. 미국사람 데려다 놓고 찍어도 한국사람이 찍으면 한국영화같던데(대표적으로 <디워>) 이건 미국영화같다. 한국으로 와도 한국영화 같지 않고 자꾸 미국영화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역시 이것도 나만 그런건가...) 뭐여튼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건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다. 실화를 극화한 영화인 경우 그 실화와 영화상 극적 연출간의 괴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잘 못하면 실화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마이 파더>는 상당히 민감한 소재를 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잔혹한 살인죄를 저지른 사형수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그 사형수의 살인죄를 미화시킬 수 있다. 그 살인죄가 누군가의 누명에 의해 씌어진 것이라면 감동적인 실화를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살인이라는 인간사회의 최고 범죄인 살인을 미화시킬 수는 없는것이다. 그런 점을 <마이 파더>는 생각했어야 했다. 사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영화만으로 본다면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아버지의 안타까운 과거이야기와 애틋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그런 사람을 친아버지라 믿는 제임스의 마음이 큰 과장없이 잘 그려졌다.
또 한편으로는 세계 최상위권인 한국의 해외 입양문제도 좀 살펴볼 수 있었다. 제임스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가족들과 자신의 머리색이 다른 것을 보고 자신도 그들과 같아지고 싶어서 노란색 페인트를 버리에 바르는 장면은 실제 해외 입양아들이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군대에서 제임스에게 너는 한국인이라며 한국군인들이 그를 감싸주는 것도 이런면에서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그간 걱정했던 것들을 훨씬 상회하는 정도였다. 특히나 다니엘 헤니의 연기는 예상을 빗나가게했다. 예전의 그 어색한 표정연기들은 어디갔는지 상당히 표정이 풍부해졌다. 대사처리 또한 많이 나아졌고, 특히나 그 어색한 한국말. 그게 최고였다. 원래 한국말이 서툴긴하지만 컨셉에 맞게 좀 더 어눌하게 고치고 한 단어 한 단어 띄어말하며 감정에 맞게 대사하는 그의 모습은 예전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또 한명 괜찮았던 배우는 김인권이다. 다니엘 헤니의 군대 룸메이트 심상병으로 나오는 그는 제임스의 대변자 및 보호자 역할을 한다. 내가 여태 본 그의 연기 중 가장 건전한 역이지 않을까 싶다. 제임스의 듬직한 룸메이트로 한국사람 깔보는 미군에게도 맞장뜬다. 연기도 연기지만 그 캐릭터가 너무 맘에 든다. 특히나 김인권이 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것이 의외로 보이기도 했고. 안석환의 그 사악한 연기 또한 쵝오! 김영철은 뭐 분장 탓인지 외모로 풍기는 포스만해도 별말이 필요없다.
상당히 민감한 소재를 잡아 곤요 좀 치뤘을법한 <마이 파더>. 이 이야기는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자막으로 시작해 실제 애런 베이츠의 다큐멘터리를 엔딩 크레딧에 편집해 넣으며 실화라는 것을 상당히 강조했다. 하지만 분명 애런 베이츠의 이야기는 감동이지만 그의 친아버지라는 사형수의 이야기는 전혀 감동적이지 못하다. 그 이야기마저 영화에선 감동적으로 그리려 했지만 그의 애틋한 마음은 알겠지만 그의 죄질은 전혀 낮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볼땐 못느꼈는데 영화보고난 후에 문득 떠오른 이 생각때문에 좀 그랬다. 그리고 내 눈가를 촉촉하게 못만든 몇 안되는 부성애 관련 영화가 되버렸다. 그래도 영화는 참 괜찮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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