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젤과 그레텔 : 기이한 동화의 세계에 매료되다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익숙한 제목에 잔혹 동화라는 카피 문구가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해서 본 영화.
STORY
은수는 어릴 적 떠나간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여자친구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하다가 그만 사고로 정신을 잃는다.
숲 속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있던 은수. 정신을 차린 그의 앞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뭔가에 홀린 듯 그녀를 따라 세 아이가 살고 있는 ‘즐거운 아이들의 집’으로 향한다. 그림책에서 빠져 나온 듯한 집은 장난감과 과자로 가득 찬 아이들의 천국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다.
다음 날 아침 은수는 자신에 대한 소식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전화는 불통이고 돌아가려고 노력해도 숲의 출구를 찾을 수 없어 갇힌 신세가 되고 만다. 바깥 왕래가 전혀 없는데도 늘 풍성한 식탁, 다락에서 흘러 나오는 기이한 울음소리, 아이들이 알려준 대로 가 봐도 미로처럼 제자리로 돌아오는 숲. 미로 같이 끝없이 연결되어 있는 집안 내부, 설명할 수 없는 일들 속에 은수는 아이들에게 비밀이 있음을 감지한다.
아이들을 눈치만 보던 엄마, 아빠는 설상가상 메모 한 장 남긴 채 사라진다. 그 이유를 아이들에게 물어보지만 아이들은 석연찮은 변명만 늘어놓는다. 점점 불길한 예감만이 늘어나는 가운데, 은수는 돌아가고자 애를 쓰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며칠 후, 마치 또 다른 길 잃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집을 찾아오고, 은수의 불안과 의구심은 더욱 깊어만 간다.
과연 은수는 집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헨젤과 그레텔의 볼거리
- 기이한 동화 속으로의 초대
이 영화를 보기에 앞서 예고편이나 다른 무엇으로 이 영화를 얘기하기에는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영화의 묘미는 단연 본 영화이다.
잔혹 동화라는 컨셉에 걸맞게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든 부분은 동화에서 출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아이들이 사는 집과 그 주위의 공간 등은 가히 최근 국내 영화에서 보이던 모습에서 한 층 더 성숙한 면모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이 기이한 동화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아름답고 예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그림자는 오히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로 인해, 시작부터 끝까지 사람을 끌어당기게 하는 뭔가를 지니고 있다.
- 기이한 동화 속 공간, 아이들이 사는 공간
이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사는 공간은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그 곳에는 단 하나의 집 ‘즐거운 아이들의 집’과 그를 둘러싼 세계만이 존재하고 있다.
즐거운 아이들의 집은 아이들에게는 최상의 공간이긴 하나, 실제 그 곳 자체가 끝없는 미로처럼 이루어진 공간이자, 아이들이 바라는 데로 이루어지는 세계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동화 속 공간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악몽 속 공간으로 보여지기도 하는 이 곳
이 공간이 지니는 매력은 무엇과도 비교할 바가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공간이다.
- 아역배우들의 빼어난 연기와 이들을 내세운 영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배우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건 다름아닌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역배우 3인방이다. 셋이서 펼치는 연기는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들 셋이 펼치는 연기에 몰입되었기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가히 전율 그 자체였다. 이들 3인방중에서도 심은경의 연기는 최고였다.
한편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인 천정명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그려내면서 이들을 더욱 부각시켰고, 박희순은 아역배우 3 인방과 대립의 각을 세움으로써 이들을 더욱 빛을 발하게 했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아역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였던 만큼 그 자체로서도 의미 있는 영화로 보여진다.
-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과 이들의 인생 유전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이 시대의 어른의 모습이 있다. 언제나 행복해지길 바라는 만복, 영희, 정순의 모습이지만, 그 곳에 온 어른들은 그리 좋은 이들이 못 된다.
하나 같이 저마다의 문제를 지니고 있고,
오직 자기 밖에 모르는 이들이라는 점,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는 점,
이러한 모습들은 아이들이 행하는 모습과 그리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은 언제나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이를 보고 자라기 때문에 그들 역시 그와 같은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극중 변집사와 원장으로 대변되는 캐릭터들은 아이들이 어른으로 인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수 있을 지에 대한 모습까지도 내포 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는 것 역시 인상적으로 보인다.
- 새로운 스타일의 한국 영화
기존의 한국 영화가 어느 정도 동일한 장르에 심취해서 이를 변종 시킨 영화들이 종종 등장했다면 적어도 <헨젤과 그레텔>은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도 또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최근 한국 영화의 현실주의적인 성향이 판 치는 가운데에서도 이 영화는 그러한 주류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표방하지 않으면서도 영화 자체의 메시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지니고 있기에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헨젤과 그레텔을 보고
- 기이한 동화의 헨젤과 그레텔에 매료되다
<헨젤과 그레텔>이란 동화는 어릴 적 자주 보았던 동화 중 하나이다. 이를 현대로 그 모습을 달리하면 과연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해 본 적은 그리 많지 않은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헨젤과 그레텔>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헨젤과 그레텔>과 같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에 어른이 간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고 그들이 바라는 어른들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지 하는 점이다.
어린 시절을 지내왔고 이젠 어른이 된 시점에서 영화 속 모습들은 실제 나 역시 그러한 모습을 지닌 이들로 변해오고 있기에 그들의 이야기에 더더욱 공감했던 건 아닐까. 아마도 이런 모습 때문에 이 기이한 동화의 세계에 더 매료되었는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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