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초반은 지루하다고 할만큼, 덴젤 워싱턴과 러셀 크로우의 인물성을 쌓아올리는데 아주 공을 들인다. 그들의 성격, 배경, 그리고 후에 이뤄질 일들의 사소한 복선들까지. 영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 부분이 좀 압축,생략하는 형식으로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만, 그 부분이 있어야 후에 벌어지는 사건들과 그 인물들의 공감성이 더 커지게 된다.
이 영화는 사실 '재미'를 찾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가 그 긴 러닝타임동안 참을수 없을만큼, 지루한건 아니지만 분명 이 영화에서 찾는건 바로 '재미'가 아니라, 그 인물사에 드리워진 '의미'이다.
덴젤 워싱턴이 맡은 '프랭크'란 인물. 그가 현대사회에서 태어났으면 투철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기업인이 됐을거다. 그 시대에 태어나 다만 '마약'이라는 존재로 그것을 이룬 것일뿐, 그렇기에, 그가 선인지 악인지 헷갈린다. 분명 '마약'은 악이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그는 약쟁이들에게 약을 판 것이고, 그들이 제 발로 찾아와서 산 것이다. 절대로 그의 가족에겐 마약을 권하지 않고, 오히려 번 돈으론 흑인빈민들을 돕는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악질이고 부패한 경찰들은 어떠한가? '선'의 이름으로 살고 있지만, 남을 돕지도 않고 자기잇속만 챙기는 오히려 사회의 불필요적 존재들이다. 그들을 과연 '선'으로 봐야할까?
러셀 크로우가 맡은 역할도 사실 '청렴'한 것 빼곤 악질이다. 난잡하게 여자하고 놀아나며, 가족에겐 신경쓰지도 않았으며, 파트너를 구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에겐 '청렴'과 '신념'이 있었기에 보는 관객에겐 '선'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 긴 시간동안 감독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자꾸 되뇌었다. 단순히 이러한 마약상의 굴곡있는 삶을 보여주려 하진 않았을 것.
관객은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그 모호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분명 이 사회에서 보면 덴젤 워싱턴이 맡은 역은 '악'이지만,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내심 그가 잡히지 않았으면 하게 된다.
사회는 이러한 덴젤 워싱턴같은 인물과 러셀 크로우같은 대립되는 인물이 있기 때문에, 다르게 변화해가고 다르게 진화해가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나쁜 것들은 그 주위에서 쫌생이처럼 뜯어먹는 이들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적을 만들고서라도 성공한 삶을 살 것인가, 적을 안 만들고 3류인생을 살 것인가?" 덴젤 워싱턴은 성공한 후 아내가 사 준 화려한 '모피코트'를 입고 눈부시게 세상에 나왔지만, 오히려 그것이 자신을 노출시키고 한순간에 많은 적을 만들어버렸다. 성공한 인생이란 그렇다.
단순한 마약상의 삶을 다룬 것만이 아닌, 현대사회에서도 투영되는 많은 비리와 부패적인 인물들, 그리고 그러한 인물들을 발딛고서 세상을 다르게 만들어가는 권력적인 인물들. 그리고 또한 그것들을 저지하고 파헤치는 인물들. 그 안에서 '선'과 '악'은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할 수 없기에, 우리들은 그 혼돈의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세상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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