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미쳐>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특이성을 잘 살린 트렌디한 기획으로서의 장점을 잘 살렸으며 동시에 그 특수성의 그릇에 보편성의 정서를 잘 담아낸 사례로서 유용하다. 군대라는 2년여의 기다림이 비단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것을 공유하는 여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간은 남자만이 아닌 여자도 성숙시킴을 각양각색의 모습을 통해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는 점에서 <기다리다 미쳐>는 적절한 미덕을 지닌다. 결국 기다리다 미칠 것 같은 2년의 시간은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었음을, 또한 그것이 비단 나쁜 추억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군대란 폐쇄적 사회를 미화하고 옹호하는 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통과 의례와도 같은 기다림의 시간을 성숙의 과정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기다리다 미쳐>는 그 나름의 방식을 수긍하게 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기다림을 묵묵히 응시하고 그 위에 놓인 군상들의 다양한 경험을 삶의 표정으로 체화하는 젊은 날의 로맨스는 그렇게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이별도 재회도 하나같이 젊은 날의 통과의례처럼 그와 그녀들을 성장시킬 뿐이다. 게다가 군대와 밀접한 사연을 지닌 남녀라면 <기다리다 미쳐>에 남다른 애정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