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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유를 향한 갈망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andrew1130 2008-01-01 오전 3:55:14 1849   [4]
 

 

인간은 자유를 박탈당하면 고통스러움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사회체계를 통해 실현하고 보장하려 한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자유를 강압적으로 박탈당한 존재가 있다. 바로 미친 사람, 정신병자를 통칭하는 광인이다. 이들은 정신병원이란 사회적 기관에 감금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살아간다. 대체 어떤 연유로 이들은 이런 취급을 받는 것일까? '미쳤으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니까, 더 넓게 사회에 해가 되니까, 정상인으로 만들어야하니까' 그렇다면 하나 더 묻고 싶다. 왜 사람들은 광인을 해롭고 모자란 존재로 인식하는 걸까?


'이성이 정신병원을 만든다. 광인은 생겨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주장한 바이다. 서구의 중세, 르네상스 시기까지 광기는 피안을 엿보는 특별한 능력으로 추앙 받았다. 그러나 합리주의를 부르짖는 이성이 판을 치는 고전시기가 도래하면서 광기는 비이성적인 것, 비인간적인 것으로 추락하고 만다. 철저하게 이성의 타자가 되어 배제되고 억압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된 것이다. 광인은 정상인의 범주와 대칭에 선 부류로 분류되어 감금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단순한 감금과 격리의 차원에서 연구, 교정, 처벌의 차원으로 억압의 폭이 넓어진다. 광인을 정신병원이라는 시설에 격리시켜 정신병리학적 연구의 대상으로 만들고, 정신병리학적 담론을 하나 둘 작성해가기 시작한다. 이런 담론으로 인해 광인은 정신병자, 정신 이상자라는 명칭으로 사회에 해로운 존재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들을 교정해야 한다는 의식이 힘을 얻어 의사와 환자간에 수직적 관계가 형성된다. 다시 말해 의사에게 환자의 자유를 억압하고 그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해도 된다는 정당성이 부여된 것이다. 이성의 무지함과 질투는 천재성으로 승화시켜도 무관한 광기를 저열하고 해로운 광기로 모함한다. 그리고 광인을 억압하고 이성에게 복종토록 하기 위해 정신병원이라는 기관을 만든다. 결국 이성의 유행은 광기를 저 밑바닥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우를 범한다.


여기 억압의 희생양이 된 사람이 있다. ‘이름 : 랜들 맥 머피, 나이 : 38세, 교도소에서 정신이상 행위로 문제 일으킴' 이 서류 한 장으로 '맥 머피'라는 한 개인이 규정된다. 이 얼마나 간단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그런데 잘 살펴보면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일상이다. 학교에서 한 학생을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은 생활기록부와 성적표이고,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이력서가 중요한 참고가 된다. 과연 한 개인을 종이 쪼가리 몇 개로 판단하는 게 가능할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현대의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는 흑백논리를 은근히 부추긴다. 어쨌든 맥 머피는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평가돼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그리고 그의 제멋대로식 행동은 사회의 규율을 어기고 질서를 파괴하는 비이성적 행위로 규정된다.


얼마 전에 영화 '아이 엠 샘'을 본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 떠오른다. 7살 지능의 아빠 샘은 분명 정상인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였다. 다르다(different)와 틀리다(wrong)는 분명 다른 의미이다. 그런데 영화 속 샘을 둘러싼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은 샘이 틀리다고 생각한다. 7살 지능밖에 지니지 못했다는 다른 점 때문에 딸을 키울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딸을 향한 샘의 사랑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이었다. 샘은 정상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받지만 정상인이 지니지 못한 그 무언가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순수한 열망이며 사랑이다. 정신병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신이상은 다름의 의미로 해석해야지 틀리다고 규정지을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성의 지배를 받는 사회체계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샘이 소극적이라면 머피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지적한다. 정신병자도 하나의 가치 있는 인간으로서 자유의지를 행사할 권리가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억압과 감시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고 안되더라도 시도는 해보라고 외친다. 그러나 병원환자들은 스스로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병원에서의 격리된 삶에 자족하는 데 익숙해 있다. 이들은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으면서도 나갈 의지가 없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속이 이들을 정신병원에 머물도록 강제하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에서 머피와 적대적 위치에 있는 렛취드 간호사. 그녀는 이성에 기초한 억압적 사회권력의 화신이다. 그녀 앞에서는 시키면 얘기하기 싫어도 해야하고, 시키지 않으면 마음대로 말할 수도 없다. 그녀의 지독한 감시와 교정의 결과 환자들 스스로 해괴함과 괴팍함을 부정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합당한 인간형이 취급받는다는 교정의 과정을 철저히 거쳤기 때문이다. 렛취드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음악을 틀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약을 먹인다. 또한 환자들이 괴로워하는 토론을 치료의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강요한다. 이 모든 게 정해진 일과표에 따라 정확히 시행된다. 렛취드 사전에 일과표의 변경은 있을 수 없다. 월드 시리즈 결승전이 아무리 보고 싶어도 대화를 하기 위해 음악볼륨을 줄이고 싶어도 그녀의 차디찬 눈빛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이성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잘했어요' 라는 말 한마디를 차갑게 내뱉는 그녀의 두 손엔 정신 공화국 질서 유지를 위한 당근과 채찍만이 있을 뿐이다.


남은 복역기간을 편안히 보내기 위해 미친 척 잔꾀를 부렸던 머피. 아이러니하게도 정신병원이 감옥보다 더 끔찍한 곳이란 걸 깨닫게 된다. 정상인으로 판명돼 교도소로 돌아가면 68일 후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지만, 렛취드는 머피가 자유의 품에 돌아가게 놔두질 않는다. 정신이상이라는 족쇄를 채움으로써 감옥보다 더 섬뜩한 자신의 왕국에서 썩어가게 만들 계략을 실행한다. 이에 머피가 꺾인 자유의지를 되찾기 위해 기약 없는 몸부림을 쳐보지만, 결국 반항의 대가로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의 자유를 향한 열망은 결코 단절된 법이 없었다. 비록 머피는 죽었지만, 그의 정신은 병원 환자들의 가슴에 들끓는 울림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울림은 스스로 자유의지를 포기했던 인디언으로 하여금 이성의 울타리를 과감히 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영화 '매트릭스'는 첨단현대사회의 고도화된 사회질서 속에서의 비인간화를 경고한다. 컴퓨터 시스템이 만들어낸 가상의 세상에서 아무 고통도 걱정도 없이 마냥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계획된 시공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하다. 자유의지와 영혼의 말살은 진실로의 접근까지 막는다. 영화 '트루먼 쇼' 또한 미디어 시스템에 의해 조작되고 계획된 삶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나타난 비인간화. 인간은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듯 획일화되어가고 있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이 부분을 극명하게 지적한다. 컨베어 벨트를 따라 돌아가는 제품들의 볼트를 기계적으로 조여주는 공장 노동자들의 모습은 마치 그들이 대량생산되는 제품의 부품인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정해진 일과와 계획된 틀 안에서 살아야 하는 뻐꾸기 둥지 속의 사람들. 그 속에서 몸부림치는 비주류들의 운명. "적어도 시도는 해봤잖아!" 라고 외치는 머피! 부서지고 깨져도 당당히 일어서는 그의 모습이 갸륵하고 당당하다. 우리 주변에는 뻐꾸기 둥지가 많다. 내가 살고 있는 땅도 다니던 학교도, 소속된 단체도 규율의 지배와 감시가 존재하는 뻐꾸기 둥지다. 자! 이제 인간의 자유의지를 찾아 뻐꾸기 둥지에서 벗어나 창공을 향해 날아가 보는 건 어떨까? 




(총 0명 참여)
thesmall
글쿤요   
2010-03-14 21:42
HOLIDAYn
와우~잘 읽었습니다^^   
2009-07-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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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1975,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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