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유> 누군가를 안다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 :::
지형태가 서인주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이런 말을 했다. '남자가 여자를 자신의 아지트에 데려온 건, 여자가 남자를 좀 알아주기 원하기 때문이다.' <후아유>를 보고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사람은 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는 상대방에게 알리는 작업을 한다. 사랑은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무르익어간다.
후아유.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 말은 얼핏 딱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이름, 나이, 그 외 여러가지들이 궁금해진다. 그래서 후아유는 사랑을 위한 필수전제조건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공감하는 사랑에 대한 담론이다. 그런데 영화는 진정한 사랑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하나 더 제시한다. 누군가를 안다는 것. 그 사람의 나이, 직업, 가족관계, 성격, 과거 등 여러가지 사실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한가지 덧붙인다면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이다. 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 이 행위는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을 그 사람에게 보여주는 과정이다. 내가 한 사람을 잘 안다는 건, 단순히 그 사람의 이것저것을 많이 아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아닐까? 라고 영화는 말한다. 그래서 지형태와 서인주가 사이버에서 만난 사이일지라도, 사이버와 현실의 괴리감의 문제가 있더라도, 모니터를 통해 만나 외모도 모르고, 실제 성격 등 여러 가지를 모른다 하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상대방에게 했기에, 그 사랑은 가능했을 것이다.
현실과 가상의 공간이 주는 괴리감에서 비롯된 사랑의 낙태아들이 양산되는 요즘 그 둘 간의 차이를 진정한 앎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좋은 귀감이 된다. 형태와 인주도 쉽지 않았다. 사이버에서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대화와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대화가 오고간다. 사이버에서는 좋은데, 왜 현실에서는 이리도 힘든 걸까? 사이버는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의 환타지를 제공한다. 우리는 환상 속에서 모니터 저편의 사람에게서 안도감을 느끼고, 직접 마주치지 않아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이상스럽게도 마음을 쉽게 연다. 단 만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꼭 그런건 아니지만 만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사이버에서 한 이야기는 따뜻했기에, 사랑스러웠기에, 상대방은 반드시 사랑스럽고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만나고 나면 그 환상이 깨지고 만다. 현대의 사람들은 사이버 세상에서 그 점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러기에 선뜻 만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과 환상이 이미 마음 속에 자리잡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고, 많이 알고 싶은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많이 알아버렸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자신이 그 사람을 아는 정도의 커다란 척도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형태와 인주는 현실의 거리를 배회하면서 조금씩 교감을 한다. 서로 상처를 입히고 갈등하면서 고민한다. 진정한 교감이란 서로 자신을 내보이고, 자신을 내보인 상대방이 소중한 사람이란 걸 인정하고, 따뜻하기만 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환타지에 어떠한 불행과 아픔이 있더라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교감을 통해 조금씩 사이버의 환타스틱 러브와 현실적 사랑의 간극을 극복한다.
현실에서 '네가 날 얼마나 알아? 얼마나 안다고 그래' 인주는 형태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는 '나는 네가 나에 대해 잘 안다는 걸 알아. 그래서 나는 널 잘 알아'라고 말한다. 같은 형태에게지만, 그 모습은 이렇게 다르다. 형태의 고백으로 메이가 형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주는 혼란스러워하지만, 결국 메이를 형태로 형태를 메이로 인정함으로써, 사랑을 받아들인다.
지금 현대사회에는 수많은 사이버러브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익명성에 기초한 판타스틱한 사랑. 그러나 진정 사랑을 하려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점을 서로 보완하고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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