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와 배우의 적절한 조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다니엘 헤니라는 모델(배우가 아니라!)은 남자가 봐도 잘생긴 얼굴과 큰 키, 쭉 빠진 몸매로 만들어진 이미지를 여기저기 팔고 다니는 존재에 불과했다. CF에서의 이미지나 그 동안 출연한 영화에서의 이미지는 거의 동일한 이미지였고, 따라서 굳이 영화에서 다니엘 헤니를 볼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그런 매력적인 모델을 그런 이미지로만 팔아 먹는, 또는 파는 게 얼마나 마케팅 적으로 멍청한 짓인지 뻔함에도 불구하고 그건 또 매우 쉬운 마케팅이었을 게다.
어쨌거나 <마이파더>는 영화의 내용과 다니엘 헤니라는 인물이 주는 두 가지 선입견을 깨게 만든 영화였다. 미리 공개된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널리 알려진 미국 입양아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딱히 색다른 얘기도 아니었고, 어찌보면 너무 뻔한 스토리가 예상된 영화였다. 다니엘 헤니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고, 그래서 굳이 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영화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은 확실히 힘이 있어서 안타깝게도 극장에서 볼 기회는 놓쳤지만 뒤늦게 감상하게 되었다.
우선 다니엘 헤니가 이 영화를 만난 것은 배우와 영화, 둘 모두에게 매우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가서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으로 아직은 한국어 소통이 힘든 다니엘 헤니만큼 적격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에는 크게 두 가지 주제가 담겨 있다. 하나는 사회적으로 배제된 인물,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포용의 문제이고 또 하나는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의 문제이다.
대니얼 헤니가 분한 제임스 파커는 노란색 페인트로 머리를 물들이려고 시도할 만큼 자신을 이상한 존재로 보는 미국 사회에서 아픈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런데 그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양부모님의 사랑 덕분이었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포용은 바로 그런 부모님을 통해 자연스럽게 파커가 익힌 심성이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살인을 저지른 친아버지를 포용하고 받아들이게 된 동력으로 작용했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는 사실은 자신과 핏줄 관계가 없는 친아버지(?)의 사형 반대운동에 나서게 되며, 끝까지 친부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을 전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가치를 그린 영화라고 생각했던 <마이 파더>는 이렇듯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인정과 그것을 넘어선 새로운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과도하게 감정을 주입시키려 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하는 듯한 태도를 시종일관 견지하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영화가 쉽게 범할 수 있는 상투성을 극복하면서 더욱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파커와 친아버지의 첫 만남에서의 어색한 듯한 장면.
물론 너무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발언과 행동을 하는 미군의 존재와 2002년도의 효순미선 사건으로 대표되는 반미 운동을 보여주면서 민족주의적 정서를 강요하는 듯한 장면은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 장면도 결국엔 미국과 한국, 어디에서도 완전하게 속하지 못한 파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차원에서는 꽤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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