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숙인 어깨와 내리뜬 눈, 수풀을 지나 걷는 뒷모습.
누구에게나
내면엔 이런 모습 있어.
영화 포스터안의 소년이 바라보는 시선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분명히.
크리스토퍼도일은 구스반산트와 만나 어떤 그림을 만들어낼까?
왕가위와 만났을 때가 최고이지만,
진가신감독과 만들어낸 공포영화도 소름이 돋잖아.
그래서 영화를 보았지.
구스반산트는 엘리펀트에서 엄청난 연출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어.
수학공식처럼 잘 만들었으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론 화학약냄새가 나는 영화였어.
아이다호에서의 땀냄새같은게 없는.
이미 다 성장한 어른남자의 이성적인 시선.
차갑게 계산된 시선. 그런게 느껴지는게 싫었어.
리버피닉스가 죽은 후 그에게 주인공 캐릭터는 너무 달라졌어.
거칠고, 자유롭고, 개인적이고, 외로운 청년은 더이상 없어.
그 대신
억압속에 푹 절어있거나, 폭력적으로 자해하는, 나약한, 구속된 젊음이지.
아이다호의 아이들과 파라노이드파크의 아이들은 많이 달라보여.
더이상 넓은, 황량하고, 어디로 가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 곳을 부유하고 달리는 아이들은 없어.
모두 갇혀있지. 학교에, 파라노이드파크에.
그들만의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어.
그리고 구스반산트는 점점 건조해져가는듯해.
아이들이 변해가듯 그도 변해가는건가.
엘리펀트는 말 그대로 건조한 연출이야.
파라노이드파크는 엘리펀트와 방법에 있어서 많이 달라.
크리스토퍼도일.
그는 파라노이드파크에 자기 도장을 확실히 찍더군.
낯선 카메라 앵글들. 카메라를 바닥에 놓고 로앵글로 책상을 잡는다거나, 열려진 문틈을 통해 인물을 보여주거나, 창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스타일들.
그 외에도 파라노이드파크엔
계속되는 슬로모션과 과한듯한 60, 70년대 음악들이 있지.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는 플롯들이 약하고,
미스테리처럼 끌고가는 스토리, 중복되 보여주게 되는 화면들은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편집리듬을 망치는 느낌이었어.
치어리더 여자친구는 너무 심하게 머리가 비어있고, 갑자기 슬랩스틱 코메디야...
새로사귄 여자친구는 너무 어른스럽게 현명해.
영화 후반부에 여자친구의 자전거에 매달려 보드를 타고 가는 모습은 흠 .... 너무 쉬운 의미들을 전달하고.
의도건 아니건.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긴장감문제에서 실패야.
나이든 아저씨가 우연히 만난 10대 아이와 순진하게 이야기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
크리스토퍼도일의 과한 카메라에 너무 쉽게 영화로부터 떨어져나왔지만
두가지 좋았어.
주인공 남자 샤워하는 모습. 길게 찍은 화면은 그 안에서 노출이 변하고, 시간의 경과와 시간의 멈춤, 아이의 심리를 동시에 보여주는 느낌이었어.
또 다른 하나는 그 머리빈 여자친구와의 섹스씬.
빛에 반사되 투명하게 빛나는 여자의 금발이 화면에 커튼 역할을 하면서 그 안에 두 아이의 모습이 보여.
첫경험의 느낌을 잘 표현한 듯.
씬의내용과 상관없이.....
좋은 컷들이었어.
개인적으로 구스반산트가 40대나 50대 남자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어.
크리스토퍼도일은 진가신과 멜로영화를 하나 찍었으면 좋겠고,
나도 어서 내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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