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감독이 보여주는 몽골의 시골은 시적이고 추상적이다.
경계의 공간은 사람들이 떠나가는 곳이다.
사라져가는 잊혀지는 공간.
최순희는 그 공간에 잠시 머문다.
은하철도999의 메텔과 철이처럼, 그들은 이별, 저별을 떠돈다.
그들이 잠시 머무는 항가이의 집.
최순희와 아들이 탈북을 하고 계속 걸어가면서 잠시 꾸는 꿈같은 공간이다.
말 두마리는 그림처럼 사막위에 서 있다.
항가이는 뭘해 먹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우리안에 양들이 있는게 보인다. 그들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안에만 갇혀있다.
소 두마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언제나 끈에 매어있다.
항가이는 사막이 되는 땅을 살리기 위해 어린 묘목을 모래 위에 심는다.
밤이 되면 사막을 가로지르는 탱크행렬이 보인다.
영화속 공간과 인물들은 모두 쪽피자처럼 잘려있다. 이미지는 둥둥떠다닌다.
최순희는 항가이의 집에서 잠시 평안함을 느끼지만 밤이 되면 혼자 누드로 사막을 걷는다.
어린 인간남자와 다 큰 인간여자 둘이 떠나는 여행. 그 조합은 언제나 날 불편하게 만든다.
그 관계에서 누가 누굴 지키고 보호하고의 문제가 거론되면 더더욱이...
장률의 영화엔 어른 남자가 없다.
몸만 자란 어린남자이거나, 어린남자의 상상속 어른 남자만 있다.
항가이는 어린아이같은 남자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비현실적인 꿈같은 느낌이다.
어린 남자아이가 꾸는 꿈. 그의 판타지와 두려움, 공포감으로 버무려진...
최순희는 하룻밤만 머물려던 항가이의 집에서 계속머문다. 아들이 난 더이상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 이후다.
최순희가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모습을 본 후 아드링 총을 드록 나온 다음 그들은 머물던 곳을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에 아들의 목소리가 보이스오버로 들린다.
엄마, 큰 길이 보여요!
아들의 목소리로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의 모든 인물들은 이 꼬마아이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찰흙인형같은 존재들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꼬마아이는 엄마로 불려질 여자를 계속해서 끌고다니며 경계위에 세운다.
그래서 아이의 마지막 말, 엄마 큰길이 보여요는 거짓말이다.
꼬마아이는 엄마를 끌고 또 다른 곳으로 꿈여행을 떠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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