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스캔들(cross scandle) 혹은 스와핑(swapping) 이라 불리는 소재를
향신료로 치명적이고 중독적인 '사랑' 을 테마로 빗어낸 스토리는 <예스터
데이> 의 정윤수 감독의 색다르지만 묘한 로망 판타지를 그려낸다. '사랑'
이란 테마로 불륜을 그리는 영화는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흔하지만 이
영화속에서는 우리가 사는 현실속에서 보기 쉽지 않은 삶의 'VIP 클래스'
급을 연상케 하는 로케이션과 각각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보여주는 주인공들
의 삶은 한 단계 고차원적인 부르주아 계층적 삶의 단면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인테리어를 비롯한 패션, 의상등 모든 면에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일반인에게 맛볼수 없는 마치 꿈과 같은 환상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것이 영화
전반적으로 보여진다.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와 호텔리어 민재(박용우)
커플과 건축가로서 성공한 유망주 영준(이동건)과 조명 디자이너인 소여(한채영)
커플이 이야기의 중심점이 된다. 불같은 느낌의 커플과 얼음같은 커플의 대립적인
구도가 처음부터 눈길을 끈다. 상극인 커플이 자연스럽게 만남으로 이끌린 자린에서
자연스럽게 유나가 영준과 비지니스적인 관계로 얽혀들고 홍콩으로 가는 소여와
호텔리어로서의 민재또한 비지니스적인 관계로 만남을 가지게 만드는 설정은
의도적인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비현실적인 넌센스적 설정임을 느낀다. 그리고
동시에 현실적인 도발과 불륜적인 느낌보다는 판타지적인 로망스, 그리고 부부로
서의 의미와 '사랑' 이라는 테마를 더욱 깊게 조명하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드러난다. 얼음같은 관계에서 형식적인 부부관계만을 맺고 있던 소여의 가슴에
타오른 불씨는 홍콩에서 민재와의 감정의 이끌림에 뜨거운 '원 나잇 스탠드' 를
보낸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열정적이고 당찬 유나와 차갑고 이지적인 영준은
티격태격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감정에 불을 지피게 된다.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부관계에 있는 서로의 이성과의 불륜의 싹을 피우는 광경은 보름달이
뜬 홍콩과 권투시합을 하는 파이트클럽에서의 화끈한 격투를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죄의식은 거론되지 않고 서로의 충실한 이끌림, 마치 동물적 본능에
작용하듯 자연스럽게 불륜의 관계를 형성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실 커다란 설득력이
없다. 우연에 작용하고 그러한 감정의 불씨가 너무 강렬하고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탓이다. 하지만 그러한 크로스 스캔들을 합리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두 부부의
관계에서 보면 찾아볼수 있다. 부부라는 사회적인 틀속의 제도가 그들에게 자유로운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게 족쇄를 채운다. 억압되 있던 감정과 마음속에 담고 있던
동경등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튀어나오려 애쓰지만 결국 그 것을 구속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부부관계의 연을 맺고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이다.
'사랑' 이란 테마를 좀더 강조하기 위해 로맨스를 곁들여 불태운 크로스 스캔들은
결국 망설임과 감정의 흔들림속에 점점 복잡해져 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갈등을
누군가에는 선배이고 누군가에게는 친구인 강철주(최재원)의 결혼식에서 해소시킨다
물에 빠진 소여와 유나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민재와 영준이 서로 자신의 부인이
아닌 사랑의 감정에 이끌린 상대방을 구해서 나오는 장면에서 결론이 나온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로맨틱한 욕망과 사랑에 대한 동경에 대한 판타지는 결국
사랑이라는 테마로 용서를 구하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관객마다 다른 생각, 다른 결론이 나온다.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지만 어느정도 뒷얘기를 상상할수 있는 나를 포함해 다른 관객들도 생각해 볼
것이다. 내 경우에는 어떤지 말이다. 물론 사랑이란 정당성으로 포장되고, 배우들의
브랜드 파워를 이용한 마케팅에 처음엔 상당히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한번쯤
사랑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영화로서는
그만한 가치가 있지않나하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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