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과 김주혁이 주연인 이 영화는 대종상 후보작이라고도 하고 개인적으로 문근영을 맘에 들어 하기도 하고 줄거리 또한 마음이 가서 보게 되었다. 28억 7천만이라는 돈을 한 달 안에 갚지 못하면 죽어야 하는 호스트 줄리앙이라는 남자가 장님인 민이라는 여자의 오빠 행세를 하면서 그 집의 유산을 노리는데 민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어 두 사람이 마음을 서로 확인하지만 결국 돈을 갚지 못해 줄리앙은 죽음을 맞게 된다는 내용이다.
줄리앙이라는 인물의 감정의 흐름이 잘 나타나 있는 영화인 듯 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던 씬은 줄리앙이 민에게 정체를 들키고 선물로 주었던 것이 먹으면 죽는 약임을 민이 알게 되자 설명을 하려고 줄리앙이 민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 캡슐의 내용물을 모두 빼고 민에게 믿지 못하겠으면 네 손으로 직접 그 약을 오빠에게 먹여보라던 장면이다. 그러나 민은 줄리앙의 생각만큼 그리 순진하게 믿어주지는 않았다. 캡슐이 민의 손에 쥐어진 채 줄리앙의 손이 이끄는 대로 줄리앙의 입에 들어가기 전에 민은 캡슐을 뭉그러뜨린다. 그리고는 속이 비었음을 확인하고 눈물을 흘리며 ‘그래요..믿을께요...’라고 말한다. 줄리앙은 자신의 진심이 그게 아니었기에 안타깝고 낭패한 눈빛으로 민을 바라본다.
영화 곳곳에 사람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도 보여주지만 또한 그와 더불어 사람이라는 존재는 ‘마음’이란 걸 가진 존재라는 점 또한 보여준다. 죄를 저지르지만 계속해서 갈등하고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양심적인 사랑을 택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채업자 광수가 두 사람이 만나는 감동적인 상황에서 잔인하게 줄리앙을 죽이는 모습과 대비된다.
영화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눈물이 났다.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다면 아마도 민 역시 죽음을 맞은 것 같다. 원래 있던 병 때문인 것 같지는 않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으니까 거짓을 말하지 말라던 민...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 그런 게 아닐까. 서로의 진실된 마음만 있다면 보지 않아도 믿어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아니, 보이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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