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네벨린 , 브라이언 타일러 감독의 생각없는 연출이 돋보이는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모든 틀을 깨버리는 영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랜스포터> 시리즈로 깔끔하고 맛깔스런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제이슨 스태덤을 스크린으로 마주하기가 좀 낯설정도로 거의 정신
지체아 수준의 욕지거리를 시종일관 내뱉는 체브 첼리오스 역활은
<시한폭탄> 이다. 리미트가 있고, 그 안에 무섭게 흥분하든 공포를
느끼든, 화가 치밀어 오르든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 혈압과 관련있으며,
흥분 등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물질) 분비에 몸을 맡기는 사내
체브 첼리오스는 서부 갱단을 위해 일하던 킬러로서 베로나(호세
파블로 캔틸로)를 찾아내 죽여야 한다. 자신에게 중국산 바이러스를
투여해 1시간안에 죽을 것을 예고하는 'FUCK YOU' 문구가 쓰여진
CD속 영상을 시작으로 첼리오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 베로나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자신같은 킬러를 봐주는
의사 마일즈 박사(드와이트 요아캠)에게 전화를 걸어 베로나가
자신에게 주사한 약물의 효과와 생존 방법을 듣는 첼리오스는
멈출수 없다. 설정부터가 이 영화는 굉장히 난잡하면서 파괴적이고
충동적으로 자극하는 영화이다. 법과 규율, 격식과 허례허식을 모두
벗어던진채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을 그대로 보여준다. 살인,섹스,
폭력과 그 속에서 보여주는 잔인함, 잔인함속에 파묻힌 난잡한
욕지거리와 인종비하묘사까지 보여주는 이 영화는 철저하게 스토리와
캐릭터의 상관관계에 대한 부분을 비웃어 버리고 유린해 버리는 영화다.
첼리오스가 여자 친구인 이브(에이미 스마트)에게 사실 '킬러' 라고
고백할 때에 보여주는 이브의 반응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에 넌센스적인
요소가 강하다. 인간의 모든 욕망에 대한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금기시된
것들을 건드리면서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요구시킨다. 강제적인 대리만족
속에 느껴지는 묘한 쾌감을 거부하는 관객들도 있을테지만 빠르고 강한
리듬을 가진 영화의 템포를 무시할 관객들도 그렇게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공개적 음란죄에 해당할 거라 여겨지는 차이나타운에서의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섹스신은 마치 동물적 성행위를 연상케할 정도로 난잡하다. 여성이 받아들이는
태도또한 넌센스적인 퍼포먼스를 느끼게 한다. 의도적인 결말인 '죽음' 을
향해 달려가는 첼리오스의 목적은 오직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인간에 대한
'복수' 로 귀결된다. 인과응보의 단순 명쾌한 해답속에 인간의 모든 욕망을
해방시켜 버리는 전개와 스토리는 빠르고 감각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하지만 모든것을 무시해 버리고 추월해 버렸기에 느껴지는 거부감도
남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흐름을 무시하고 즐길수 있는 영화도
나쁘지 않다. 꼭 육하원칙의 형식을 지키는 모범적인 영화보다 상식의 틀을
깨는 영화가 지적 쾌감을 자극하듯이 모든 대리욕망을 충족시키면서 '죽음'
이라는 귀결모드로 엔딩을 마무리하는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도 깔끔하게
머리를 비워줄 것이다. 스트레스는 짜릿할 정도로 떨어지고 머리속에 남는 것은
0%인 영화, 그것이 아드레날린24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