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이상도와 도진광을 악한 놈과 더 악한 놈이라고 규정지었지만, 사실 한꺼풀 벗겨보면 이들은 악하다고 하기보다 약한 놈들이 아닐까 싶다.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치고 사정없이 내리누르는 험악한 세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더 견디기 위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악의 길에 들어설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철저한 배신과 술수를 보호막 삼아 살아야만 견뎌나갈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결국 이들은 악으로 점철된 인간들이 아니라 단지 약해서 악해졌을 뿐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쉽게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 지독한 세상과 그 속에서 홀로 끈질기게 부딪쳐야 했던 사람으로서, 진짜 인간다운 관계와 사람다운 삶이 그리웠던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의 단면, 사람의 삶의 단면은 씁쓸하기 그지없지만, 배우들의 파워풀한 연기와 거침없는 스타일, 그리고 살아 움직이는 부산의 모습과 어우러져 관객의 뇌리를 신명나게 휘몰아치는 영화가 되었다. 영화 속 사람들은 제목처럼 "사생결단"을 해가면서 살아간다. 악어와 악어새가 공생관계라곤 하지만, 악어새가 악어 이에 낀 찌꺼기를 골라내주는 동안 맘이 내키면 악어가 언제 입을 확 닫아버릴지 모를 일이다. 이렇게 주변엔 아무도 없고, 배신과 술수로 가득하고, 온갖 절망도 잔뜩 도사리고 있는 도시이지만, 이 속에서 사람들은 그래도 악착같이 징글징글하게 살아간다. 이런 사람들처럼, 영화 <사생결단> 역시 그 징글징글한 생명력이 숨쉬고 있는 느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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