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18일, 이중스파이 생활을 해온 FBI 특수요원인 로버트 핸슨이 검거되었다.
1976년 입사하여 25년간 FBI에서 수많은 기밀 문서를 러시아에 팔아 넘겼고, 50여명의
요원들을 위험에 빠지게 했으며, 3명의 요원이 KGB에 의해 살해당할 정도의 피해를
입혔다고 하지만 기밀문서의 유출로 인한 피해규모는 FBI에서 침묵했다고 한다. 즉,
이 FBI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로버트 핸슨 요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이 영화다.
불이행,불화,침해, 갈라진 틈등의 뜻을 가진 브리치라는 단어에서의 느낌만큼 스파이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적인 스릴러, 캐릭터의
대립구도같은 향신료를 가미하지도 않은 이야기는 실화를 기반으로 짜 맞춘 휴먼
다큐멘터리 라는 느낌을 준다. 스토리는 FBI 훈련생 에릭 오닐(라이언 필립)이 FBI
의 특수요원인 로버트 핸슨(크리스 쿠퍼)이 이끄는 FBI 비밀 문서 관리 본부로 발령
받게 되면서 전개된다. 발령의 속뜻을 알지 못했던 에릭 오닐은 이중스파이 노릇을
해온 로버트 핸슨을 붙잡기 위해 자신이 발령된 사실을 알게되고 그가 스파이 노릇을
한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요원으로 성장하기 위한 테스트와 같은 절차로 일을
수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로버트 핸슨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다양하게 에릭 오닐을
테스트하고, 심지어 에릭의 아내인 줄리아나 오닐(캐롤라인 다버나스)까지 시험한다.
에릭은 스파이의 증거를 잡기위한 연락책인 FBI 요원 케이트 버로우(로라 리니)와
연락하면서 증거를 잡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아내와의 불화와 위태위태한 핸슨과의
줄다리기가 연일 계속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실화에 기반된 이야기처럼 결말은
에릭 오닐의 승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에릭에게 맡겨진 일에 의해 그는 FBI 에서
요원으로서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음을 느껴서인지 FBI를 떠나게 되고, 실제로
그는 2001년 FBI를 나와 현재는 변호사로서 생활하고 있음을 자막을 통해 언급해
준다. 솔직한 이야기로 이 영화는 다른 스파이 영화에 비해 상당히 평이하다.
배우들의 카리스마적인 연기를 느낄 만한 장면도 존재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사적인 전개 그 자체를 보여줄 뿐이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감독이 전하는 것은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 바로 그뿐 다른 메리트를 전달 받을수
없는 영화이다. 심리적인 갈등을 보이는 장면에서 조차 상당히 조작된 그리고
어색한 느낌을 받는 것도 그 부분에 대해 할애되는 시간이 짧고, 갈등적인 면이
보인다고 해도 너무 비중을 사건 그 자체에 둔 탓에 캐릭터에 집중할수 없게
만드는 전개가 눈쌀을 찌프리게 한다. CIA의 실화를 기초로 했던 <굿 셰퍼드>
라는 스파이 스릴러 영화가 올해 초에 개봉한 적이 있다. 배우의 차이가 아니라
심리적인 대립구도와 전개가 브리치에 비해 상당히 탄탄했던 것을 볼때
이 영화의 평이성이 한층 드러나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단지 실제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머리에 새길수 있을 정도, 그 이상의
여운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영화라는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