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다 뭐다 요즘은 돈이 있으면 더 골치 아프고 바쁜 세상이다.
아이들 학원비에 과외비에, 또는 어학연수비에... 벌어도 벌어도 부족하고,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세상이 미워지는 게 요즘 아버지들이다. 그러다보면 젊은 시절 품었던 혈기왕성한 열정과 꿈이 과연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한다.
<즐거운 인생>의 세 남자들도 이러한 돈만 외치는 사회에 찌들어 자신의 피 끓던 청춘의 열정들을 모두 잊은 지 오래인 중년의 아버지이다. 언제나 헝클어진 머리카락, 반 쯤 죽은 눈빛, 그리고 어깨 축 처진 뒷모습- 그들이 실력보다 앞선 에너지로 가득했던 락그룹 ‘활화산’이었다는 과거의 사실을 진정으로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고요해진 ‘휴화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자신들의 인생이 꿈을 잃은 허무한 인생이었음을 깨닫지 못한다. 여느 아버지들처럼... 오히려 아들에게조차 무시 받으면서까지 자신의 열정과 꿈을 쉽게 잊지 못하고 음악에 손을 놓지 못했던 리더 상우가 더 미련스러워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산은 다시 솟아올랐다.
상우의 죽음을 계기로 아직까지 자신의 심장에 작은 점으로나마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과 에너지가 살아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이 중년의 밴드에 리더 상우의 아들이 그의 자리를 채우면서, 암묵적인 부자간의 소통과 화해가 어우러져 더욱 멋진 리듬을 만들게 되었다.
이 영화는 이러한 중년의 꿈을 잃은 일상과 그리고 그 꿈을 다시 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세 중년의 모습을 아주 자연스럽고 꾸밈없이 표현하고 있다. 과장되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을 딱 그 자연스러움의 선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공연 장면은 그야말로 내가 영화를 보는 것인지, 공연을 보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그 흥분과 열정이 너무나 직접적으로 닿았다.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상우의 아들인 장근석의 감정변화나 생활을 설명해주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그 역할을 완벽히 이해하긴 조금 부족했다.
(장근석 비주얼만 목적으로 한 여성들의 관람을 우려한 감독이 장근석 부분을 많이 편집했다는 얘길 듣긴 했다.)
그래도 진정으로 우리의 ‘즐거운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게 하는 정말 최고 감동의 영화이다.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삶,
가장 쉬우면서도 현실에선 가장 어려운 게 즐거운 인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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