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witchfilm.net/site/view/tiff-report-m-review1/
작성자: <U>Kurt Halfyard</U>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면담하거나 마주쳤는데 어느덧 손에서 빠져나가듯 기억 속에서 사라져 당혹스러웠거나 고통스러우리만치 굴욕적인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가? 몇 시간, 심지어 며칠 동안 대화 내용이 머리 속에서 재생되며 미묘하게 조금씩 변화하다가 어딘가에서 사건의 공포가 되살아나며 초조하고 답답하던 심정이 웃음을 자아내는 패러디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비밀스러운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인간 두뇌는 다른 내용을 받아들이기 위해 기존의 기억을 독특한 방식으로 몰아내고 뒤섞는다.
이명세의 2005년 역작 <형사-듀얼리스트>는 많은 이들이 불쾌하게 생각했다. 자신만만하지만 매니아적인 독특한 이명세표 스타일이 시대 서사극이나 비극적 로맨스를 재창조하기에 그다지 우아하거나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M에서 이명세는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오랫동안 이미지와 생각, 감정이 휘몰아칠 정도로 시각적으로 특이하다 할 만한 주제(이것을 스토리로 본다면 이명세가 단선적 내러티브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 되어 대단한 오해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를 찾아냈다. 슬럼프에 빠진 민우(듀얼리스트에서 슬픈눈 역을 맡기도 한 강동원이 분했다)의 마음 속 뒷골목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서 후회와 불안과 환상이 교차하면서 구현된다. 짧지만 강렬했던 첫사랑의 환영(기억? 자각할 줄 아는 환영과 기억의 혼성물?)이 뒷골목에서 그를 쫓아다니면서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신작 소설의 진행을 위협한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전작에 이은 성공에 대한 온갖 압박으로 계약 불이행이라는 무시무시한 예감(마감일은 다가오고 거액의 선금도 받았는데 글 한 줄 쓰지 못한 상태다)이 증폭된다. 이렇게 딴 곳에 몰두하느라 결혼도 차질을 빚는다. 이렇게 영화가 진행되다가 최고조에 이르러 신경 쇠약에 걸린다. 신경 쇠약에 대한 표현은 샤이닝의 시각적 모티브 몇 가지를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에 표현된 영묘한 불안감과 함께 버무렸다. 이 모든 것을 기법 면에서나 미학적 면에서 대단히 자신 있게 촬영한 덕에, 키엡슬로스키의 걸작을 잇는 훌륭한 초현대작을 대라면 M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M은 단음 악보와 정반대다. 이명세 작품답게 음조 변화에 가능한 빠르게 열중한다. 그는 풍자극, 슬랩스틱, 공포, 누아르, 낭만적인 향수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데, 이것 덕분에 민우가 신경 쇠약에 걸린 내내 관객을 정신과 의사의 소파 위에 대신 앉아있게 하는 데 기여한다. 그래서 민우나 그의 잃어버린 사랑 미미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려면 그림 맞추기 퍼즐과 같이 기억 모으기 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더 좋은 방법은 시각상의 반복 부분을 온통 빨아들여 불안이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여 걸러내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 깊이 생각할 거리가 많지만 이미지들은 감정적 반응을 종종 일으킨다. 이는 줄거리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 작품 하나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종류이다. M은 결코 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에 이는 대단한 위업이다. 이미지는 빠르고 맹렬할 때도 종종 있다.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지성과 감성의 균형으로 귀결된다. 완벽하지 않지만 불완전하기에 더욱 좋다.
M은 로이 배티의 "모든 순간은 시간이 흐르면 빗물에 씻기는 눈물처럼 사라진다"에서 연상되는 유형의 후회를 릭 블레인의 "우리에게는 항상 파리가 있을 것이다"와 나란히 놓거나 분석하고 싶어한다. 기억을 시각화하거나 더 중요하게는 그런 추억을 기억하는 것을 시각화하는 것이 기술적 측면에서 영화의 힘을 확인하는 지경이 될 만큼의 성취를 이루며, 대단히 파격적인 새 방식으로 기억을 시각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탐구의 가치가 있다.
민우는 잃어버린 사랑의 환영을 찾아내면서 혼란이 찾아오고 그 뒤 의기양양한 기분에 빠진다(달콤한 노래와 춤에서 보여짐). 처음에는 그가 무언가를 너무 꽉 쥐려고 하는 나머지 다른 모든 것들이 손아귀에서 스르르 빠져나간다. 우리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도 고통과 기쁨, 괴로움과 권태를 회상하면서 위안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어떤 깨달음에 이르면, 편안한 마음으로 처음의 신념과 존재 상태로 돌아간다.)
[현재 토론토 영화제에서는 30여 편의 영화가 예술 전용관부터 멀티플렉스 극장, 그리고 낡은 대중 상영관에서까지도 상영되고 있고 카페인과 알코올까지 더해져 실제로 수면을 취하기가 어려운 탓에 영화와 모임, 잦은 지하철 운행이 어우러져 무정형의 만화경을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이 이명세 감독의 리드미컬한 시적 영화 신작을 관람하기에 완벽한 마음 상태를 형성해줬을 수도 있다. 여태까지는, M이 올해 영화제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영화 중에 단연코 1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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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분이 올린 리뷰>
M은 한국의 이명세 감독의 신작이다. 과거와 환영, 과거의 환영들과 사랑을 나누는 초자연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민우는 작가 슬럼프에 빠져 고통받는다. 두 번째 소설을 쓰는 데 골몰하지만 수면 부족과 환각 증세에 시달리고 있고 머리 속은 온전히 떠올려지지 않는 기억들로 난무한 상태이다. 사진과 사물을 보면 뭔가 낯익은 느낌이 드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념에 사로잡힌 그를 어디서나 쫓는 이가 있다. 민우와 민우의 모든 움직임을 사랑하는 데 집착하는 불분명한 인물, 미미라는 여자다. 미미는 추상적이고 시각적으로 역동하는 방식으로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민우의 과거 이미지들을 떠올릴 수 있게 돕는 듯하다.
이 영화는 무언가 찾아 나서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시각적으로 놀라움을 안겨주며 이미지 하나하나가 숨이 멎는 듯하다. 내가 올해 TIFF에서 보아왔고 앞으로 보게 될 영화 중에서 가장 아방가르드적인 예술 영화이다. "M"은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응답한다. 이명세 감독은 빠른 컷과 끊임없이 퍼붓는 화려한 이미지를 통해 영화가 계속 움직이도록 만든다. 대단히 음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영화는 보편적 주제로 보는 이에게 공명한다.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일부분이 되는 한국어 자막을 읽으면서 내가 한글 이미지를 그리워했나보다. 이명세 감독은 화면 안에서 한글이란 글자를 기법으로 이용한다. 스타일 면에서 "M"은 시각적으로 어필한다는 점과 미장센을 통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를 연상시킨다. "화양연화" 팬이라면 M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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