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염없이 울었다. 태어나서 본 수많은 영화들 중 가장 많은 눈물을 필요로했다. 혈연의 힘이 이토록 대단한걸까? 마침 영화를 보고나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문득 반년전에 보았던 <아들>이란 영화와 많이 비교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영화는 어설픈 반전으로 장기수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전혀 와닿지 못했었는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를 보기전 예고편과광고를 보면 영화의 내용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그 넘겨짚음이 잘못 된 것을 알수 있다. 입양아가 아버지를 찾아오는 이야기도 영화의 한부분이라 생각했지만 영화 초반부에 이미 제임스(다니엘 헤니)는 사형수인 자신의 친부인 사형수 황남철(김영철)과 만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이 싱겁게 상봉하는 장면에 대한 실망감은 모조리 사라진다.
사형수인데다가 다리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남철은 아들에게 해줄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어마어마한 죄값을 받을때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지금은 다른 느낌이다. 하나도 해줄것도 떳떳할것도 없지만 입양보내어진 어엿한 아들이 자신을 찾아와준 것, 세상이 모두 그에게 등돌리고 이른 아침 사형대로 갈까 노심초사하던 삶에서 자그마한 탈출구가 생긴것이다.
제임스 역시 아버지가 사형수이긴 하지만 순수하게 사랑을 베푼다. 한국말을 베우고 아버지가 좋아할만한 것들을 들고 찾아가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다.
하지만 사실 제임스에게 말한 아버지의 과거는 거짓이었다. 더이상 부끄러울 것도 없는 몸이었지만 황남철은 제임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포장한다. 더러운 자신때문에 자식의 앞날에 장애물이 생길까봐
이 영화는 조건없는 사랑이 무엇임을 보여준다. 아들이 궁금해하는 엄마의 얼굴. 그것을 가지기 위해 남철은 정말 비굴해진다. 하얀 눈위에서 부끄러운 몸뚱이를 굽혀가며 사진을 달라 사정하고 독방에서 버려진 그 사진을 몰래 삼켜와 뱉는 장면은 정말 엄마가 아이를 낳을때의 고통만큼이나 위대하고 슬프며 아름답다. 또한 마지막 이별의 순간 제임스는 아버지에게 제발 죽지말라며 사랑한다며 울부짖는다. 이 영화의 크라이막스인 이 부분은 정말 울지 않을 수 없다. <너는내운명> <우,행,시>에서도 비슷하게 있었던 이 교도소 면접실장면! 솔직히 세편 중 이번것이 가장 슬펐다. 가장 눈물이 많이 나왔다. 비록 칸막이가 가로막고 있지만 서로의 공감대는 이 칸막이를 허물어버렸다. 이렇듯 보이지만 만질수 없고 보이지만 서로의 피부를 느낄 수 없는 공간에서의 오는 슬픔에 입양된 제임스의 낯선발음으로의 "사랑합니다..............." 정말 죽도록 슬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지라 사형수에 대한 미화됨이 덜하다. 사형수인 황남철이 거짓으로 꾸미지 않은 사실이야기는 모조리 제임스가 알아내고 밟아가면서 밝혀지기 때문이다. 정작 제임스와 관객모두가 알고 있을때도 감옥속의 황남철은 모른다. 그런 황남철이 유일한 삶의 탈출구인 제임스에게 보이는 작은 행동들은 잠시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사실 영화 속에서 둘은 친부자가 아니라고 나온다. 그런데도 왜 젊은 날 황남철이 제임스의 친모에게 그러한 애정을 보였고 제임스가 태어난 뒤의 이야기에 대한 갈증은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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