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3연타석 만루홈런영화다. 어떻게 이렇게 영화를 알차게 잘 만들 수 있을까...한참동안 머리속,마음속에 남는다. 솔직히 <왕의 남자><라디오스타>도 대단한 작품이지만 이 영화는 두 전작과는 보고 나서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감동적인 면은 <왕의 남자>에 많이 따라갔고 전체적인 코드와 음악이란 소재는 <라디오스타>와 닮아있어 그런가 그 느낌이 매우 복합적인 잔상이 남는다.
영화의 외모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비스무리하다. 하지만 와이키키는 힘들고 어렵게 음악을 하는 40대의 자화상과 슬픔의 그림자가 컸다면 이 영화에서는 제목 그대로 희망과 자유에 가깝다. 물론 현실에 부딪혀 장애물도 만나지만 결국 꿈을 찾고 즐기는 것이 즐거운 인생이란 것이라 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가장 기영(정진영),학수(김상호),성욱(김윤석)은 현대를 살아가는 가장 평범하고 가장 흔한 모습들이다. 대학시절 밴드를 하겠다던 열정은 결혼하는 동시에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하루살이처럼 그저 쳇바퀴돌듯 살아가는 것뿐이다. 적어도 20년전 활화산(극중 밴드이름)의 리드보컬이던 상우의 아들 현준(장근석)을 만나기 전까지는...이미 회사에서 잘려 백수였던 기영의 설득으로 이들은 다시 뭉치게 된다. 20년만에 두드리는 기타와 드럼. 그리고 숨기려한 것도 아닌데 빠듯한 현실에 묻혀있었던 그들의 열정은 펌프처럼 솓아오른다. 힘겹게 무대에 오르게 되고 그들은 더이상 삶에 찌들린 가장이 아니다. 20년전의 순수하고 열정가득한 젊은활화산 멤버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커지는 건 무대와 현실과의 괴리감. 가정의 리더라는 자리에 대한 중압감과 가장의 전통성은 쉽사리 꿈을 키우게 놔두리 없다. 늦은 나이에 가수가 되려한 것도 가수로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닌데 꿈을 찾아 떠남을 녹녹히 놔두질 않는다.
즐거운 인생! 무책임하게 퍼마시고 놀고 하고 싶은것을 하는게 즐거운건 아니다. 현실에 부딪혀 삶에 지쳐 하고싶었던 걸 잠시 미뤄두었던것. 아주 잠시 빌려주었던것을 되찾아오면 그게 기쁨이요 즐거움인 것이다.
<라디오스타>의 엔딩부분은 빗속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만났다.두 사람은 다시 만날수도 영원히 못 볼수 있는 애매한 시점에서 끝을 낸다. 이 영화에서도 그들이 즐거울 수 있는 무대에서 문밖을 지나 밖으로 나온다. 이렇게 세상에는 할수 있는 것, 할수 있는데 못하는 것, 할 수 없는 것 등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럼 과연 나는 어떻게 살것인가???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그들은 음악을 하기 위해 마약을 하고 밤업소를 전전하고 월세방에 지내며 그래도 음악은 해야지라고 외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한참 밝고 한참 희망적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영화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