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파더>의 첫 시사회. 극장에서 참 많이 울고 나왔습니다. 나올 때 눈이 퉁퉁 부어서 출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원래 다니엘 헤니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니엘 헤니가 맡은 역할은 전형적인 캐릭터였죠. 주로 외국에서 만난 연인, 외국에서 살다온 교포, 외국계 기업의 간부 등 외국에서 온 미남 캐릭터가 다니엘 헤니에게 주어진 역할이었습니다. 이것은 한국어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다니엘 헤니의 언어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것이었구요. 어쨌든 이번 <마이파더>는 그의 언어적 한계에도 불구하고(아니 그 언어적 한계 때문에 감동이 더 컸습니다) 기존의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입양아’라는 캐릭터는 기존 다니엘 헤니의 캐릭터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완벽한 캐릭터입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신분에서나 모두들 부족한 것이 없는 인물들이죠. 하지만 ‘입양아’ 다니엘 헤니는 어렸을 때부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입니다. 기존의 캐릭터들이 편안하고 여성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캐릭터였다면 이번 배역은 입양아들의 심리적 갈등과 슬픔을 표출하여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다니엘 헤니는 자신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 ‘에런 베이츠’의 내면 속으로 들어가서 입양아의 심리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연기 과정에 그대로 녹여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니엘 헤니가 실제 입양아 출신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동양계 혼혈인으로 어린 시절 차별을 당했던 경험은 외국에서 타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입양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가 이 정도의 연기력을 보여주리라고는 솔직히 저 역시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마이파더>는 다니엘 헤니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주는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다니엘 헤니와 함께 호흡을 맞춘 김영철 씨의 연기에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형수의 절박한 심정, 장성한 아들을 교도소에서 만나야 하는 부끄러움과 어색함 등 복잡한 감정을 원숙한 연기 속에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빛나는 연기에 비해 뭔가 일괄되지 않은 캐릭터의 성격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그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초반부에 느꼈던 사형수의 초라한 모습은 많이 퇴색된 느낌이었습니다. 뒤로 갈수록 다니엘 헤니의 갈등보다 황남철의 고민이 부각되는 것도 걸렸구요.
황남철은 아들 제임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은철아 사랑하는 사람은 멀리 가는 게 아니야. 니 가슴 속으로 오는거야.”
사랑하는 사람이 가슴 속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듯이 이 영화가 가족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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