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컷만이 섹스후 도망가지 못하고, 가족부양의 의무까지 떠안는단 말이 있다. 관계와 결혼... 그것은 사실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디에도 근원을 찾아볼 수 없는 비 정체적 울타리는 예상외로 높은 것으로 흔히 증명된다. 인류역사의 시대엔 수많은 믿음과 배신의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결혼이란 관습과 자유로운 사랑이란 두주제 사이에 아직도 명쾌한 해답이 없는 것은 그 만큼 인간의 감성이란 도구가 비 논리적이고 모순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전제로부터 영화는 영사의 첫발을 디딘다. 단 한번의 논리적 성찰 없이, 단 하루밤에 10년지기의 막역한 관계는 잠자리로 이어지고 결혼은 성립된다. 다시 논리적 이유없이 다른 대상에게 감정은 끌려가고, 다시 정신을 차리면 지긋지긋한 서로의 상대역이 존재하고 그리하여 결정된 헤어짐의 끝에 또 다시 한낱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란, 너무도 비논리적 이유가, 다시 그로 하여금 그를 택하도록 종용한다.
영화의 골격은 대략 이랬던 것으로 나의 뇌엽에서 해부되었다. 거기에 새로운 배우의 발견이란 덧살이 마구마구 붙여진다. 가수 탁재훈에게 그렇게 순진한 면모의 연기력이 잠재해 있는지 미쳐 몰랐다. 감초 배우들의 등장과 코믹이 이토록 우스운적이 없었다. 당대의 미스코리아였던 배우 염정아에게 골초 주당의 매력이 제법 멋나고 어울리는 것인 줄은 전혀 몰랐었다. 구성의 약점은 이런 신선함으로 완전히 메꾸어졌다.
과연 이번엔 어떨것인가하는 끝없는 의구심으로 관람을 시작했지만, 흔쾌히 웃음을 허락하고 색다른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다만 옥의 티는 엔딩 컷!
예식전 몰래카메라 녹화로 이루어진 엔딩컷에서 일편 단심 순수남, 탁재훈의 면모는, 10년에 걸친 계략가로 변모되고 만다. 해석의 여지는 다양하겠지만, 그로인해 가수 탁재훈은 다시 능글능글한 일명 선수로 돌아오고 말았던것이다.
별점은 구성1, 연기2, 연출1, 감동1, 기타(코믹과 감초배우)2 도합7점에 엔팅컷의 -1점을 감해 6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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