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어떻게 찾아오는지 정의를 내릴 수 없다. 흔히 첫눈에 반했다라고 하고, 필이 꽂혔다라는 말로 처음 사랑을 얘기하지만, 그런 운명적인 사랑은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물론 결혼이라는 사랑의 최종단계에 와서도 새로운 사랑은 찾아올 수 있다. 우리는 흔히 불륜이나 바람이라는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이러한 사랑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데에 반해 <지금사랑>에서는 그 사랑조차 순수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했다. 사랑은 결혼을 한 이후에도 다가올 수 있으면서 요즘 세상에서 결혼이 무슨 구속인마냥 표현하지 않고,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알면서도 이끌림에 하릴없이 사랑을 한 것이다. 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할 수도 있고 완전 다른 사람끼리 결혼할 수 있는데, <지금사랑>은 성격이 다른 사람끼리 결혼한 두 부부가 자신과 성격이 비슷한 상대 배우자한테 끌린다는 내용이다. 게다가 쉽게 일어날 수 없는 ‘크로스 사랑’ 그래서 <지금사랑>이 더 끌리고, 불륜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베드신과 노출신만 구설수에 오른 것은 안타깝지만, 영화 내용도 지금 불타고 있는 커플, 처음부터 불타지 않았던 커플, 불타는데 사그러드는 커플 모두한테 추천할만한 영화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주인공처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끔 교훈적인(!) 결말을 담고 있다.
유나(엄정화)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패션 컨설턴트다. 자존심도 강하고, 자기가 얻어야 하는 것은 어떻게든 얻어낸다. 민재(박용우)는 호텔리어다. 사람 자체가 욕심과는 담 쌓았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묻어가는 물 흐름형이다. 이 두 사람이 부부로 나오는 한 쌍. 영준(이동건)은 건설회사의 CEO고, 건방지면서 잘난 척 하는 왕재수다. 소여(한채영)는 조명 디자이너면서 뜨거운 적이 없는 남편을 두고 있고, 집이 부자인 덕에 돈, 일, 사랑 모두 다 욕심내서 가지고 싶어하는 성격이 아니다. 각 배우자가 성격이 다른 두 쌍의 부부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결혼은 같이 살 수 있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지 않으면 못 살 거 같은 사람과 하는 것이랬다. 유나, 민재 부부는 그런 뜨거운 적이 한 번이라도 있어 결혼까지 오게 되었고, 그와 반대로 영준, 소여 부부는 처음부터 뜨겁지 않은 사랑이 결혼내내 이어진 부부다. 두 부부는 서로 반대 성격인 것에 반해 한 부부는 알콩달콩 잘 살고 있었고, 한 부부는 그럭저럭 살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불이 튀겼다. 한 선배의 소개로 4명은 바에서 서로 만나게 되고, 이 때의 인연으로 서로 얽히게 된다. 유나는 영준의 옷을 담당하게 되고, 민재는 소여가 홍콩에서 일하는 것을 도와주게 된다. 첫 인상은 민재는 자기 부부처럼 밝게 보이지 않는 소여부부를 불쌍히 여겼고, 소여도 집에 와서 앞에 있는 부부 좋아보이지 않냐고 영준한테 물었다. 다만, 유나와 영준은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영준때문에 재수없어 하던 유나는 그와 둘이 복싱경기장에 가게 되고, 홍콩에서 민재와 소여는 만난다. 각기 성격에 맞는 멘트를 날리다 두 커플이 (화면상으로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 필이 꽂힌다. 홍콩쪽은 완전 성공, 서울쪽은 조금 실패? 하여튼 그 뒤로도 서로에게 관심을 계속 보이고, (영화 커플들은 안 그런 거 같지만) 관객들은 다른 사람한테 이 사실이 알려질까봐 긴장되는 그런 상황이 쭈욱 이어진다.
영화 내내 관객들은 이 두 커플의 행동의 대담함에 놀라면서 들킬까봐 조마조마한다. 커플의 행적이 들킬까, 부부의 인연을 끊을까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눈치없는 영준의 한마디나 한 방 먹이는 유나의 대사에 웃음으로 긴장을 누그러뜨린다. 그리고 코믹 감초로 등장하는 재원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바의 주인으로써 친구들이 오면 가끔 툭툭 던지는 한마디에서 웃음을 불러모으고, 마지막에 결정적으로 "맞바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우리들이 긴장하게 한다. 다행히도 그 말을 못 들어서 넘어가겠구나 했는데, 정모군, 한모양, 박모군, 서모양으로 주변 사람들을 언급하며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그 날 그들의 진정한 사랑은 누구인 것인가를 알게 되고, 그들은 나중에 고모분이 돌아가시면서 다시 조우한다. 이 4명은 각자의 방향으로 헤어지면서 묘한 여운을 남기며 영화 막이 오른다. 그러나 그 뒤는 행복할 것이라는 걸 암시한다.
영화는 결혼한 사람들의 또 다른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이 4명은 모두 어느 정도 상류층 사람들이다. 한 회사의 2인자, 부자집 며느리, 그리고 패션컨설턴트, 호텔리어. 그러다 보니 장소가 바, 옷가게, 호텔 쪽에 집중되다 보니 그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배경에 계속 눈길이 쏠린다. 엄정화는 직업답게 뛰어난 옷 선택을 보여주고, 한채영 또한 자신에 맞는 도심적이면서 단아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이동건은 근사하고, 멋진 이미지에다가 구속당하기 싫은 (영화속 엄정화 표현을 빌어) 쉬크 스타일, 박용우는 호텔리어답게 정장이 잘 어울린다. 주인공들은 같은 옷을 입지 않는지 각자에 맞는 컬러풀한 다양한 옷을 계속적으로 선뵈인다. 이 옷들과 배경들로 고급스러운 풍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사랑이야기를 한다. 배우들 말고 주변 배경도 신경써서 보면 더욱 럭셔리함을 느낄 수 있다.
4명의 커플이 솔로였다면, 단순히 사랑싸움하는 커플인 것에 반해 4명 모두 배우자가 있는 몸이다. 그래도 이들이 다가간 사랑이 조심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마냥 사랑을 이루기를 응원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보수적인 게 아니라 예전부터 내려오는 그런 사상이 있어 조강지처를 버린다는 거 자체가 천벌을 받을 짓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10년전에만 나왔어도 논란의 여지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륜을 다룬 우리나라 드라마에 <위기의주부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영화라고 나오지 못할쏘냐? 이런 식의 사랑 얘기는 들어봄 즉 하면서도 영화의 결말에 궁금증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사랑>은 앞으로 사랑할 사람들이나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있든지 한 번 극장에 다녀와서, 나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끔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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