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이 이렇게 많은 논쟁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참 놀랍다. 근데 디워를 둘러싼 논란은 좀 다르다. 영화 '죽어도 좋아'나 '노랑머리'처럼 일부 장면들, 혹은 노출로 인한 논쟁도 아니요. 실미도나 JSA와 같이 이데올로기적인 논쟁도 아니다. 김기덕의 영화가 만들어내는 논쟁이 감독의 사상과 표현에 대한 논쟁이었다면 디워가 만들어내는 논쟁은 한국영화와 영화산업 전반에 대한 논쟁이다. 이렇게까지 큰 논쟁으로 발전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영화에그렇게 많은 의미들이 덧씌워지는 이유는??
우선, 디워는 결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디워를 옹호하는 이들도 스토리라인이 부실하다는 것, 연기와 연출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단점이 있는 영화를 우리는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가. 대단한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락 영화도 심지어는 B급 영화도 그 나름의 웰메이드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디워가 과연 그랬나? 디워가 웰메이드 SF 오락영화인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워를 비판하는 이들, 심형래 개인을 트집잡아 비난만 한다거나, 무턱대고 공격하는 일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쓴 소리는 정당하지 않은가. 그들의 비판이 오히려 심형래 감독 개인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정당한 비판에도 과잉반응을 보이는 일부 옹호자들이 디워의 마케팅에 도취된 상태라고 말한다면 오버일까? 사실, 디워가 한국영화의 위대한 업적으로 비춰지게 된 건 오로지 마케팅의 힘이다. 영화 디워는 심형래 개인의 성공담 (영어 잘 못하는 한국인이 미국에 건너가서 이만한 영화를 만들어 왔다는 것.) 그리고 이무기라는 한국적 소재를 차용해 한국 문화를 알렸다는 점, 한국 기술로 만든 CG의 역량이 대단한 발전을 보였다는 점 등으로 인해 받지 않아도 될 관심까지 받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의 속마음에 애국심이 있든,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든, 아니면 심형래 개인에 대한 관심이 있든지 간에 그것은 개인의 선택일 따름이지만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나 논쟁이 나오게 된 건 다름아닌 마케팅의 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디워를 둘러싼 논쟁에는 항상 '한국'이라는 국적성이 포함된다. 할리우드 VS 디워, 혹은 디워 VS 여타 한국영화의 대결구도가 펼쳐지는 것도 이 영화에 국적이라는 의미를 과잉 적용하기 때문이다. 마치 이 영화가 '한국' 영화의 성공이자, 자존심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한국자본이 투입됐다고 해서, 한국감독이 연출했다고 해서, 한국기술이 쓰였다고 해서 이 영화가 과연 한국영화의 성공인가? 디워는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나온 영화다. CG를 제외한 나머지는 오로지 할리우드 스텝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물론 연출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감독의 연출역량에 줄 수 있는 점수는 고작 50점이다. 그럼 디워는 한국 자본이 만든 대단한 성과인가. 사실 그렇지도 않다. 자본은 국적이 있지만 국적이 다르다고 자본의 쓰임이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그냥 자본일 뿐이다. 디워를 두고 한국영화의 승리를 외치려면 할리우드 시스템이 아닌 충무로 시스템에서 만들어졌어야 한다. 심형래 개인의 성공을 논할 수는 있지만 이것도 감독 심형래의 성공이 아니라,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간 개인 심형래의 성공이다. 그런 점에서 화려한 CG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CG만의 성공은 그것대로의 성공일 뿐이다. 적확하게 말하자면 영구아트라는 업체의 성과라는 것.
우리는 디워를 보며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럴 만한 영화가 아니다. 잘 봐줘도 왠만큼 만든 오락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술성 작품성이 있어야 얘기할 만하다는 건 아니다. 그저 이렇게 과잉논쟁이 일어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코미디라 할 만하다. 무엇 때문에 디워를 논하는가. 그저 게시판에 아무 말이나 쏟아내고 싶은 욕구라면 할 말 없지만, 디워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혹 디워가 해외에서 흥행하더라도 그게 한국영화의 부흥으로 이어질 인과성은 전혀 없다. 또 한국 CG의 성과가 곧 할리우드급 블록버스터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
디워는 그저 한 편의 영화일 뿐이고 마케팅에 성공한 상업영화일 뿐이다. 웰메이드도 아닌 그저 그런 영화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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