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디워'는 '미완의 대작'이었다.
영화시작후 LA전투씬이 펼쳐지기 1시간동안은 자리를 지키기에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기초적 수준미달의 단속적인 시간때우기식 씬의 무의미한 연결과 스토리텔링도 제대로 되지못한 한심한 필름이어가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리라.
그래도 그 와중에 철망에 할머니가 부딪치는 씬이나 '심씨네 동물원'같은 약간의 유머스러운 심형래식 표현이 한가닥 앞으로의 심형래표 영화의 발전가능성을 엿볼수 있었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일까...
그러나 LA전투씬이 시작된 순간부터 아리랑이 울려퍼질 때까지 언제 그랬냐는듯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이어졌다.
대담하게도 이제껏 CG영화의 불문율이기도 한 '야간'이 아닌 '벌건 대낮'에 헐리웃의 본거지인 LA도심에서 '정면승부'를 벌인 것이다.
대낮촬영으로 피할 수 없는 CG의 어색함을 빠른 속도감으로 카메라 워크로 커버하면서....
물론 고질라식의 시가전 장면과 킹콩의 빌딩 씬의 차용을 섞어놓은 것이라 참신하다는 느낌은 적었지만 이 장면이 심형래가 오랜 세월 오기와 끈기로 일궈낸 회심의 장면임을 우리 관객들이 익히 아는터일지는 모르겠지만 LA전투장면부터 감독의 비장미와 결연함이 화면 가득 묻어나오며 종영때까지 심형래는 혼신의 힘을 쏟아붓는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오락영화의 화려한 전투씬에서 역설적으로 욱하게 치미는 어떤 감동과 처연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심형래의 그간의 고생을 우리가 몰랐다면 느끼지 못했으리라.
그건 엄밀히 말해서 애국심이 아니라 심형래 개인에 대한 이해와 동정, 그리고 응원의 감정 때문이었다.
이렇게 영화의 종반부는 감독의 깊은 '한'을 화면가득 뿜어낸다.
마치 영화의 절반을 잘라 전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은 감독의 혼과 열이 후반부에 집중되어 '기'를 뿜어내기 때문이었으리라.
이제 진짜 문제인 전반부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영화가 기본적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쪼개져서 인식된다는 것 자체가 영화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떤 오락영화든, 아니 소설이든 희곡이든 모든 '스토리'는 후반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이 영화는 '스토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컷과 컷을 책임지는 감독에게 있다.
오락영화는 더우기 이런 괴수류의 영화는 적어도 7초에 한번씩 씬을 바꿔줘야 하고 1분에 한번씩 관객을 놀래키든지 웃기든지 해야 한다. 이건 오락영화의 불문율이다.
관객의 심리상태와 반응까지 면밀히 계산에 넣어야 제대로된 오락영화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헐리웃의 오락영화의 발전사는 백년 영화산업의 누적된 성과물이다.
거기에는 에이젠슈타인이 선보인 몽타쥬기법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헐리웃 오락영화의 기법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스필버그를 보자.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인간의 공포의 '근원'을 탐구했다면 스필버그는 그로부터 인간이 공포를 느끼는 '현상'을 탐구했다.
'쥬라기공원'에서 관객들이 스릴과 공포를 느낀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의 그래픽 때문이 아니라 공룡의 발자욱에 바닥에 고여있는 물이 진동하는 것에서 느끼는 것이다.
조지루카스의 '스타워즈'는 서부극의 장엄함과 롤러코스터의 스피드를 차용하여 관객들의 스릴을 끌어냈다.
화려한 비주얼은 이렇듯 역사있고 의미있는 영화적 기법과 결합하여 비로소 생명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심형래감독은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영화들의 코어를 다시한번 탐구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역량을 키우기 바란다.
모방하라는 것이 아니다. 학습하길 바란다.
거기에 심형래감독의 장점, 개그맨으로서 체득한 유머를 섞어넣으면 매우 전망이 밝을 것이다.
영어라는 장벽은 그리 걱정할 바가 아니다. 심형래식 코메디는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메디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심형래감독이 이제까지 쌓아온 성과물들을 합체한다면 미완의 대작인 '디워'는 '디워2'에서 진짜 '용'으로 거듭 날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