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아이들의 로맨스..
조숙한 아이 여민. 깡도 있고 싸움도 잘하지만 흔히 도시 학교를 그린 영화나 현실이 그러하듯 아이들을 못살게 굴지는 않는다. 오히려 여민은 줄을 서서 빵을 가져오는 따위의 소소한 편함을 누리긴 하지만 주로는 약자 편이다. 자기보다 2살이나 많은 5학년과 싸워 이겼으면서도 "내가 이겼다고 소문내지 않는다. 대신 애들 별명 부르지 마라"는 식으로 대한다. 마음 씀씀이는 얼마나 착한지, 한쪽 눈을 잃은 엄마를 위해 아이스께끼를 팔고, 똥 푸는 수를 세고, 잦은 심부름을 하며 모은 돈으로 색안경을 사려 한다. 이런 여민에게 어느 날 서울에서 전학 온 도도하고 까탈스러운 우림이라는 한 소녀가 다가 온다.
금복이의 질투를 뒤로 한 채 여민이는 자꾸 우림이가 눈에 밟힌다. 당당하게 먹던 도시락도 창피해서 밖에 나가서 먹게 되고, 우림이 때문에 선생님에게 가혹하게 벌을 받기도 하고, 친구들과 소원해지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여민은 우림이 좋다. 그 놈의 사랑이 무엇인지, 어른은 어른대로 사랑 때문에 울고, 마음 아파하고 결국엔 자살까지 하고, 아홉살 아이의 마음 속에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엮어가는 다양한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금복(나아현)의 질투와 눈물 연기 때문에 배꼽 잡으며 웃었는데, 나오는 모든 아이들의 모습을 하나씩 뜯어 보면 다 그들 만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의 모습 속에 잠깐 잠깐 비치는 어른들의 모습은 좀 당혹스럽기도 하고, 왠지 되바라진 아이를 보는 듯 해서 불편하기도 했다. 어쩌면 그런 감정이 속물이 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에 대한 거부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았고, 영화에서도 뚜렷하게 얘기하고 있지 않아 시대적 배경을 정확히 모르겠다. 화장실을 푼다든가, 돈의 단위를 보아서는 60년대에서 70년대 중반까지인 듯 한데, 반장은 그렇다치고, 여민의 옷차림도 가끔은 현대의 서울 아이처럼 깔끔해서 특정한 시대를 연상하기 힘들었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으로서 영화는 확실히 어려웠던 과거의 어린 시절에 대해 따뜻하고 푸근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