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디워'에 대해 두가지 느낌을 가져봤습니다.
본의 아니게 영화를 두번 보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 영화를 호평하는 사람과 악평하는 사람 모두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첫 관람은 동호회 사람들 7명과 함께 했습니다.
개봉 첫날부터 대박 영화 수준의 관객 동원력과 높은 평점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는 이상 아무리 기대감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최소한의 기대 심리란걸 자연스레 갖게 만들어버리기 마련입니다.
그덕에 보고 난 후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휴가'때와는 달리 이곳 무비스트 최초 평가에
그렇게 완전 공감해본건 처음이었으니깐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곳 무비스트도 엄청난 혹평을 한 곳 중에 하나죠.
정말이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했을 때 만족스러운게 단 한가지도 없었습니다.
애국심이고 한국 영화의 발전이고 다 필요 없었죠. 아닌건 아니니깐요.
영화를 보고 난후 2차로 간 술집에서 영화에 대한 평가를 해봤습니다.
추천 3명, 보통 4명이 저희 동호회 자체 최종 스코어였습니다.
영화보는 취향이 참으로 다양했던 사람들이었던지라
비추천이 한표도 나오지 않았다는게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저 역시 심형래 감독의 그 열정과 도전 정신은 인정을
해줘야 할 부분이기에 보통작으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가족들과 극장 나들이를 하게 됐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디워'보다 한 주 앞서 개봉한 '화려한 휴가'도 같이 극장에서 보셨는데,
영화 상영전 예고편에 나왔던 '디워'를 보신 후 재밌을 것 같다고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디워'도 식구들끼리 같이 보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어찌됐건 간에 1차 관람보다 선약이었고 더군다나 가족과 함께 하는 극장 나들이라
저로 인해 판을 깰 수가 없었기에 이미 본 사실을 숨기고 극장을 향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의 그 실망감을 고스란히 안고서 갔기에 정말 완전히 마음을
비운 상태로 관람을 했는데,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색안경을 완전히 벗고서 영화를 보니 영화가 참 다르게 와닿더군요.
첫 관람때 가졌던 온갓 잡념들 다 버리고 오로지 영화속 이야기와
영상만 즐기고 있으려니 영화가 재밌게 느껴지는 이 놀라움이란...
보통 영화는 두번 보게 되면 두번째는 그 재미가 많이 반감되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매우 뜻밖이었습니다. '디워'의 다른 면 즉, 가능성이란걸 보게 된거죠.
어지간해선 영화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동생도 여전히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엉성했지만 잘 만들었다고 했고
저희 어머니는 매우 흡족해 하셨습니다.
집에 귀가한 후에도 어머니께서는 거실에서 '디워'를
너무 재밌게 봤다고 하시면서 밤 늦게까지 들떠 계시더군요.
덕분에 '디워'의 스토리와 영상은 관객에게 재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는걸 느꼈습니다.
그냥 즐기는 마음으로 본다면 디워는 분명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개봉 6일째인 오늘 300만 돌파 예정이라고 합니다.
단지 애국심 때문에 저 많은 사람들이 거금 7-8천원을 들여 극장가서 영화를 봤겠습니까?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디워'에는 그만한 저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끝으로 지극히 영화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디워'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만, 충무로의 도움없이 이 정도까지
해냈다는건 매우 고무적이면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중무장하지 마시구요, 똑같은 평행선 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한다면 분명 재밌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다음 작품에서는 두번 봐도 결코 용서가 되지 않는 몇몇 치명적인
옥의 티들(배우들의 수준 이하의 연기력, 특촬물식 폭파 장면,
황당했던 키스신 등등)은 박멸(!)하고 충무로와 손도 잡아서 그들의 노하우까지
가세한다면 정말 멋진 작품이 탄생할거란 기대감을 피력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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