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네티즌들의 열띤 반응과 놀라운 개봉 스코어 때문에 원래 예정에도 없었던 [디워]를 토요일 조조로 관람했습니다.
물론 예정에 없던거라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고요.
하지만 다음 타임까지 매진이라니...반응이 대단하더군요.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아파오더라고요.
'내가 이런 걸 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여길 온건가...'
화면은 어린시절 티비에서 보던 파워레인저 수준이었으며,
편집은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기본이 안되어 있었고,
연출도 연기력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조명 역시 엉망이었고, 스토리는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지 고민한 흔적도 없어보였습니다.
심형래 감독 머릿속엔 온통 CG를 얼마나 완벽하게 해낼까 하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인간 심형래는 참 괜찮은 분인 것 같고, 코미디언 심형래는 우리 국민들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분이겠지만
현재는 감독으로서 능력이 없는 게 사실 아닙니까?
CG기술자 혹은 CG감독이라면 또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영화는 예술입니다.
비록 상업예술일지언정 예술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기본은 CG가 아닙니다.
CG는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하는 도구일 뿐이지요.
그것도 크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닌...
그리고 또 하나 놀라웠던 점은 영화 마지막에 심형래 감독의 사진과 글이 나오더군요.
저는 이장면을 보고 식겁했습니다.
영화를 보라는 건지, '당신들이 사랑하는 심형래가 이만큼 기술을 발전시켰으니 와서 나를 칭찬해달라' 라는 건지..
그런데 저는 황당해했던 이 장면을 보고 관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내덥디다.......
이게 애국심이고 의무감이지 뭡니까.
그런데 애국심으로 영화를 보러간다 의무감으로 영화를 보지는 마라...라는 말에 왜그리들 발끈하시는지...
영화를 보려면 이성을 갖고 들어가서 감성적으로 감상해야지요.
왜 감성에 젖어서 애국심으로, '심형래'가 고생했으니 잘됐으면 좋겠어서... 영화를 보러 가시는 겁니까?
영화를 보는 것은 물론 관객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영화에 대해 자신이 느낀만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들 몰려들어서 감정적인 비난을 해대는 이유는 또 뭡니까?
가슴에 손을 얹고 순수영화로서 [디워]가 이렇게 찬양받을만큼 대단한 작품입니까?
헐리우드가 CG가 뛰어나다고 해서 우리가 우리기술로 꼭 그것을 이뤄내야하고, 또 영화의 기본적인 부분은 무시하고 CG기술만 뛰어나면 무조건 칭찬해줘야 합니까?
[디워]는 헐리우드를 흉내내려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이무기에 대한 전설을 소재로 하고, 끝에 아리랑만 넣으면 한국적인 것입니까?
생뚱맞은 아리랑은 또 뭡니까?
우리나라 전통민요로 좋은 곡들 많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아리랑이 가장 한국을 대표하는 곡이라 생각해서 아리랑을 넣으셨겠지요?
하지만 영화의 성격과 분위기를 고려해서 음악 선곡을 하셨어야지요.
그것은 세심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영화 곳곳에 미국영화의 스토리를 따라하려는 부분이 참 많더군요.
물론 제대로 따라한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순수기술 운운하시던 분들...이무기와 아리랑에 감동받아 하시던 분들...
왜 이런 점들은 눈에 안보이시나요?
어쭙잖게 왜 미국영화를 따라하려고 하나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헐리우드에 진출해야하니 그런 것이다라는 핑계는 말그대로 핑계일 뿐이지요.
저는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너무너무 실망했습니다.
한국영화가 이제는 안정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이들 [다세포소녀]보다는 낫다고 하시던데 [다세포 소녀]가 [디워]와 비교될 만한 졸작은 아니지 싶습니다.
새로운 도전으로 볼 수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끝에 김수미씨 등장부분을 제외하고는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디워]는 수준이하의 영화였습니다.
[디워]를 재밌게 보신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저처럼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나온 사람도 많았을 것이구요.
하지만 분명한 건 심형래가 아닌 다른 감독이 [디워]를 만들었다면 이렇게 다들 지지했을까요?
충무로가 심형래가 영화를 만들었다고해서 [디워]를 깐다구요?
제가 보기엔 심형래가 [디워]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이 영화의 단점들은 보지도 못하고 무조건 좋다좋다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다들 뭔가에 씌인 것처럼....영화 자체를 보는 사람들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심형래가 뭔데 갑자기 영화판에 들어와서 제대로된 영화를 들고 온 것도 아니면서 이리 난리인 겁니까?
심형래가 예전에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었더라도 영화만 괜찮으면 평론가들이 이런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영화 자체가 나쁘기 때문에 이러는 겁니다.
영화 평론가들이 우리나라 영화 기술이 발전했다고, 우리나라 영화라고
그럼 무조건 칭찬해줘야 합니까?
이런 국수주의가 세상에 어딨습니까?
그렇다면 영화 평론가라는 직업이 필요하지도 않을 겁니다.
심형래가 영화를 사랑하고 오랜 시간 열정을 갖고 노력한 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어느하나 쉽게 쉽게 영화를 찍는 감독들은 없을 것입니다.
더 고생하고 더 노력하는 감독들 많습니다.
심형래가 영화를 사랑한다고 무조건 옹호하면 안되지요.
이번엔 심형래가 칭찬받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에 좀 더 노력해서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는 때가 있다면 그 때 칭찬하는 것이 맞겠지요.
진짜 심형래를 사랑한다면 더 훌륭한 감독이 되도록 회초리를 들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심형래 감독님은 좋은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가를 만나 많은 시행착오도 겪으시고 많은 것을 더 배우시고..
다음에 정말 자신 스스로도 때가 되었다... 스스로를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을 때..
각본과 연출을 모두 혼자 힘으로 '영구 아트'에서....
좋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물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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