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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훌륭한 작품 디 워
awakenkanako 2007-08-04 오후 5:24:36 990   [5]
나에게 '훌륭하다'라는 표현은 '대단하다'라는 표현보다는 한 단계 아래이다. 말하자면 명작이 아니라 수작에 붙이는 표현이랄까. 기대를 유감없이 채워준 작품에 대해서 나는 훌륭하다는 표현을 한다.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디워는 만족스러운 작품,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 정도에서 머물렀을 것이다. 디워에 대한 지나친 찬사나 가혹한 평들은, 모두 영화 외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이런 점들을 전부 차치하고 보면 디워는 '훌륭한 영화'이다.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스토리

심감독의 약점으로 치부되던 스토리는, 절대 치밀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괴수가 주인공인 액션 영화에는 모자람이 없을 정도였다. 사실 이런 영화에 쓸데없이 세밀한 스토리는 오히려 필요없다. 필요한 것은 단지 괴물들이 난리를 피우기 위한 기본적 배경만 잘 설정해 주면 된다. 배경 설정에 있어서 디워의 스토리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오히려 더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소재의 독특함이다. 이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이무기 전설은 괴수 영화로서 충분히 흡입력이 있는 소재이다. 이것으로 첫타를 끊은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신기한 눈으로 괴물을 바라볼 수가 있다. 이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물론 디워에서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전개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을 관객이 납득하도록 설명하는 것은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쓸모없는 노력이라는 이야기다. 왜냐면, 그것을 설명할 동안에는 괴수가 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간혹 심감독식 코미디에 대해 언급하는 평이 있는데, 확실히 심감독의 센스에 다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지만 절대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보기 전에, 코미디에 대한 평들은 싹 잊어버리고 가도록 하자.

비교할 영화는 <트랜스포머>. <트랜스포머>의 경우, 최소한의 개연성조차 완전히 포기했는데 이것은 좀 지나쳐서 오히려 영화의 흥미를 떨어뜨렸다. 왜냐면 앞서 말했던, 왜 이 액션 장면이 펼쳐지는지 그 배경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토리에 있어서는 디워의 완전한 판정승.


연출력의 부재는 큰 문제가 아니다

디워에 대한 감상평들 중 가장 평이 좋지 못했던 부분이 바로 연출이다. 주로 플롯을 잇는 부분이 정신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동의하기 힘들다. 그런 평들을 읽어보면, 연출력의 부재로 지적하는 장면은 간혹 영화를 보다가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졌던 그런 부분이었다. 그러나 극장을 나서는 순간, 그리고 그 평을 읽어볼 때까지 그 장면의 어색함은 내 머리속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말하자면, 다른 요소로 관객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면 매끄럽지 못한 연출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있으면 좋았겠지만 없었어도 그다지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에 달렸다. 자연스럽게 드는 어색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지적되는 연출 미스의 대부분은 영화에 완전히 몰입한다면 거의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장 큰 단점

화제의(?) 영화 초반부야 말할 것이 없다. 이 부분을 잘 견뎌내는 자가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초반부 주인공들을 제외한, 조역들의 연기야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몰입을 이끌어 내야 할 배우들의 연기력은 형편없었다. 게다가 그 민망한 대사는 사족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중반부 이후의 본 스토리에서의 남녀 조연의 연기력은 평이하다. 이것 역시 영화를 직접 보고 있을 때는 그다지 단점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 보면, 괴수들의 박력이 약간 아쉬웠던 것은 그다지 특출난 면을 보여주지 못한 주연들의 연기 때문이었다. 좀 더 힘을 더해줄 만한 연기는 확실히 더 필요했다.

몇몇 조역들의 연기는 상당히 맛깔스러웠다.


극찬할 만한 액션, 한 조각 아쉬움의 정체

화려한 CG, 그리고 박력이 느껴지는 괴수의 난동 장면 및 전투 장면들은 최고의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중반까지의 영화에 대한 어떤 석연찮은 느낌도 액션들 앞에서 시원하게 날아갈 것이다.

중반의 전투신은 전적으로 CG에 의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디워가 'CG 빼고는 볼 것이 없다'는 세간의 편견에 대한 가장 큰 반박이 된다. 긴장감을 절대 놓지 못하도록 진행되는,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세밀하게 묘사되는 전투 장면들은 기술에 매달리는 심형래가 아닌, '영화감독' 심형래를 완전히 다시 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로 나는 심형래의 감독으로서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었다.

CG가 주가 되는 전투신은 심감독이 아무 거리낌 없이 과시할 만하다. 게다가 영화에서 처음 다루어지는 소재가 그토록 완벽히 재생된 것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그래픽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그런데, 어딘가 아쉬운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앞서 언급했던 배우들의 연기력 이외에, 바로 음향에 있지 않나 한다. 이것은 비교도 되지 않는 CG 수준의 <괴물>보다도 더 아쉬웠던 부분이다. <괴물>의 경우 괴물을 대하는 주역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괴물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산한 분위기를 음향이 잘 살려주고 있었다. 디워에서는 아쉽게도 이 부분이 무시되어 있어, 괴수의 액션에 대한 시원함은 있으나, 중반 이후 텐션이 올라가기 전까지는 긴장감이 상당히 모자라다.

CG와 액션 수준은 <괴물>보다는 절대 우위에 있고, <트랜스포머>와는 비등하다. <괴물>은 애초에 그 목적이 액션에 있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비교는 부당하나, 볼 당시에는 <괴물>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했는데 디워는 과연 천외천을 보여준다. CG로 개개의 개체를 연출하는 수준은 <트랜스포머>보다 오히려 디워가 나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을 전체 장면과 조화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미흡하다.


사족

그렇다. 사족이다. 엔딩 크레딧에서의 감독의 코멘트는 킹 오브 사족이었다. 기껏 엔딩에 몰입하려 할 때 갑자기 '이 작품이 심형래의 작품이다'는 것을 알려줘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환상에 취해 감동을 즐기려 할 때 그것을 깨 버린다. 차라리 다른 장면들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한국의 전설을 소재로 사용한 것만으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효과는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 놓고서도 굳이 그런 멘트를 해야 했을 만큼 자신이 없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심감독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다. 다음 작품에서는 '우리 기술로 만든 영화'가 아닌, 순수한 '심형래 감독 작품'을 기대해 본다.


총평

초반 2,30분동안 잠들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봐도 후회는 없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세세한 것에 크게 연연하게 되지 않은 평범한 감각의 관객이라면, 넷을 떠돌아다니는 악평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몰입하라. 심형래의 세계가 아니라 디워의 세계를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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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2007, D-War / Dragon Wars)
제작사 : (주)영구아트 / 배급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d-w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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