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의 불모지 대한민국!! SF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이 되는 것은 몇몇 헐리우드 영화뿐이고, 우리나라 관객들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제작이 잘 안 된다. 헐리우드에서도 SF하면 보통 액션과 많이 결합하여 영화를 만들고, 그런 영화가 더 흥행이 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마블코믹스, DC코믹스 작품들과 <마이너리티리포트><아일랜드><트랜스포머>가 그런 작품인데, 모두 SF와 액션을 잘 살린 영화들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영화 중 SF는 거의 망했다. 보통 극장 흥행수익으로 영화 제작비를 충당시키지 못하면 이런 소리를 들었다. 심형래 감독 전작인 <용가리>도 미국에서 비디오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해서 돈을 벌었을지는 몰라도, 국내 극장에선 제작비 대비 참패를 했다. 그런데도 SF 괴수영화를 찍는다길래 걱정 반, 불안 반이었다. <쉬리><태극기휘날리며>로 엄청난 흥행을 일군 강제규 감독도 SF영화를 찍는다고 얘기가 나오지만, 조심히 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SF는 우리나라 그렇게 쉽게 먹히는 장르는 아니다. 나오는 족족 흥행에 실패하는 SF와는 인연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용가리>로 실패를 겪은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 <디 워>라고 하나 내놓으니까 시큰둥한 반응 + 악평이 줄기차다. 재작년에 개봉한다 했다가 1년 반 넘게 미뤄지고, 처음 예고편 나오는 걸 보고는 CG가 너무 티나서 쓰레기라는 평도 받고, Z급의 시나리오라는 참혹한 치욕도 맛보았고, 최근에는 심형래 감독의 학력이 이슈가 되어 물의를 일으키고, 이슈란 이슈는 다 만들어내면서 드디어 8월 1일 세계 최초 대한민국에서 개봉했다. 남들이 도전 안 한 장르에서 실패를 했음에도 도전하는 그의 모습과 성공하면 좋겠다는 생각때문에 사람들은 <디 워>를 볼 것이고, 한국 사람들이 그런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고, 그 때문에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의 흥행도 이슈가 될 것이다. 이 영화가 예고편에서 나오는 문구처럼 대한민국 SF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기 전 몇 개는 알고 가자!!
SF시장은 거의 헐리우드가 독식한다고 봐도 되는 영화 세계에서 심형래 감독은 굳이 SF를 고집하고 있다. 영화 장르 중에서 SF는 다른 영화보다 오고가는 돈의 액수가 엄청 차이가 있다. SF가 세운 제작비 기록을 SF가 깨는 세계 영화 시장에서 비교적 저렴한 돈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 비용이 높기에 망할 때의 위험수치도 엄청 높다. 그러나 판타지와 SF가 전 세계시장에서 헐리우드가 엄청나게 독식하는 것을 심형래 감독이 우리 기술로 우리 브랜드로 깬다는 것에 우선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영화는 판권으로는 많이 수출되었다. <괴물>? 고작 60만달러 받고 대본이 헐리우드에 수출됐을 뿐이고, 가장 비싸게 팔린 <장화,홍련>도 200만달러였다. 반면 <디 워>는 영화 그대로를 1500개 개봉관에서 상영된다. 한국 자본과 제작진이 미국산 부품을 써서 우리 영화를 완성시킨 것이다. 게다가 그 영화가 중국이나 동남아 이런 쪽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의 중심부에서 개봉하는 것이다! <반지의제왕><스파이더맨>시리즈가 세계를 휩쓸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외국 영화만이 아니라 <디 워>라는 한국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한다니 여기서 응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말고는 SF에 손을 대서 세계 시장을 한 번 잡고 흔들 생각을 누가 해 보았는가. 모든지 어떤 꿈에 대한 최초의 도전은 박수와 질타를 받는다. <디 워>가 아마 심형래 감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꿈의 대상이 아닐까?
“용” “용” “용” 그리고 “CG"
다른 나라에도 분명 “용”에 관한 영화가 있다. “드래곤”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영화도 많고, 작년에 <에라곤>에서도 드래곤도 나왔다. 그러나 거기서 나온 “드래곤”은 우리나라의 “용”과 다르다. 서양 용이 동양 용과 다른 점은 날개가 있다는 것과 얼굴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동양보다 약하다는 점이다. 늘 “드래곤”만 보다가 <디 워>에서 처음 “용”의 형상을 보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예고편에 거의 나오지 않는 “용”이 등장하여 우리의 눈을 휘둥그레 만들고, 더욱이 “이무기 vs 용”의 대결은 이 영화의 백미다. 배경이 어두워서 그런 것일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심형래 감독이 괴수 영화를 계속 찍겠다면 다음 작품의 괴수도 기대되는 것은 이 대결장면을 제대로 만들어서 그렇다. <디 워>는 SF의 불모지에서 SF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기억남을 것이고, 앞으로 더욱 좋은 발전이 있었으면 한다.
“용”과 싸울 수 있는 “이무기”!!
“용”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상상의 동물이라 한다. 그러나 “용”끼리 싸우는 것 말고 다른 동물과 싸우는 장면이 영화 속에 없다. 설마 <해리포터와 불의잔>을 언급할 거라면 할 말이 없다. 그럼 “용”의 라이벌이 왜 영화에 등장하지 않았을까? 그건 용은 늘 신성하게 떠받드는 종족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각종 판타지 소설에서 용이 나오는데 (당연히 인간 중심 소설이지만) 용은 신성한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즉, 상대할만한 부류가 없다는 것이다. “용”에 맞서 대립할 만한 상대도 없는 것인데,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무기”가 있다. 이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컨텐츠다. 유일하게 용과 대립할 수도 있으면서 이무기는 용으로 승천하지 못해 지상에서 있는 놈이다. 이 얼마나 영화화 되기에 충분한 소재인가? 심형래 감독의 인터뷰를 보며 여태까지 왜 이런 것을 소재로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의심할 지경이었다. 예고편은 이무기군단과 특히 “부라퀴”의 움직임에 집중이 되어 있는 반면, 영화 속 하이라이트는 이무기끼리 싸우다가, 선한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어 “부라퀴”와 싸우는 장면이다. 지극히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장면에 열광하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 장면에서 우리만큼 짜릿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단순히 여의주로 인해 “이무기”가 “용”으로 변신한 걸로 생각하면 큰 오해일텐데 말이다. 이무기가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싶은 것을 표현한 각종 전래동화를 읽은 우리와 달리 외국인들이 마지막 비굴하게 용의 꼬리를 물고서라도 승천하고 싶은 이무기의 오랜 기다림과 그 소망을 과연 알까?
이무기는 본인 고유의 능력이 없다?
영화 속에서 “부라퀴”는 덩치가 크고, 빨리 움직이고, 비늘로 덮였다. 어떻게 보기에 굉장히 약하다. 총알은 어느 정도 막나 싶더니, 미사일 몇 대 맞고 칭칭 감고 있던 건물에서도 쓰러졌다. 처음에 독을 내뿜어 녹는 능력이나 입에서 불을 내뿜는 능력을 넣으려고 했으나, 전자는 CG 때문에 포기하고, 후자는 어느 강력한 능력에 뺐다 한다. 이무기와 용의 싸움 구도에서 마지막에 용이 한 방으로 이무기를 제압하는데, 만약 이무기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너무 강하게 느꼈을까? “부라퀴”말고도 “샤콘”,“불코”,“더들러”등 다양한 이무기들이 나오는데, “부라퀴”는 그래도 코브라 닮은 형상과 엄청난 크기로 위협을 가했다면, “더들러”의 강력한 3연포 미사일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 “불코”는 그냥 평범한 익룡이고, “샤콘”은 이구아노돈을 닮은 공룡이었다. “더들러”도 덩치로 위압감은 줄 수 있었지만, 느린 움직임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물론 미국 군대가 쉽게 무너져도 그렇겠지만, 이무기가 수적으로 우세해서 이겨서 조금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러나 심형래 감독은 이런 논쟁을 한 마디로 일축시켰다. “이무기가 너무 강하면 뭐하러 용이 되고 싶어해?”
한국적인 요소를 잘 살린 <디 워>
<디 워>는 우리 컨텐츠를 살린다는 점을 한글로도 표현했다. <용가리>때는 "ZERO NINE"을 "YOUNGGU ART"로, 여의주, 이무기, 부라퀴 등 모든 것을 그대로 표현했다. “여의주”도 의역을 하면 “드래곤볼”이 되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만화책 이름으로 쓰지 않고도 “여의주”라는 고유명사로 사용하였다. “이무기”와 “부라퀴”는 우리말이다. “이무기”는 알다시피 전설상에서 어떤 저주에 의해 용이 되지 못하고 물속에 사는 커다란 구렁이를 이르고, “부라퀴”는 강제로 남의 것을 얄팍하게 빼앗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만 개봉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개봉을 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우리말 고유명사가 영화 속에 나온다니 한편으로 뿌듯하면서 억양의 강세가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 제대로 전해졌으면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를 나타낸 전반적인 장면들은 조금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디 워> 다음 작품을 위한 쓴말은 해야겠다
나도 연출에 관해서는 거의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연출은 솔직히 좀 뭔가 이상하다. 편집이 거친 것인지, 연출이 거친 것인지 둘 중 하나 때문에 화면이 띄엄띄엄 떨어져 보여 전개가 깔끔하게 이어지는 느낌이 나지 않아 여기서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다. 그리고 조금의 CG가 티나는 장면은 있었다. 자세하게 보는 관객이라면 이 정도는 다들 보셨으리라 본다. 이 장면은 대낮 촬영에서의 한계를 극복 못했다고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 이무기들의 싸움은 화려했기에,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 “부라퀴”를 도와주는 악당의 이미지의 개성이 너무 이상한 것도 문제였다. 아예 못 알아듣는 외계어를 말하는 것은 이무기가 한국에 있는 구렁이에 비해 이 악당은 도대체 근본이 어디인지도 불분명하게 한다. 게다가 카리스마도 없어서 차로 2번이나 튕겨 나갔을 때 관객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물론 주인공도 세지 않아서 악당의 능력을 너무 치켜세우면 권선징악 주제를 따르기에 힘에 겹고,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서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괴물목소리로 외계어를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이 사람에게 카리스마를 느끼지 못했고, 이무기들의 단체 공격에서나 조금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잭”이라는 존재도 확실치가 않다. 조선시대에는 스승과 제자가 둘이 열심히 악의 군단을 막아내는데, 현재의 “잭”은 분명 이든과 세라를 도와주긴 하지만, 전폭적으로 같이 움직이고 물신양면 도와주지는 않는다. 물론 이든처럼 세라를 구하는 데에 이유가 있지 않고, 선한 이무기한테 여의주를 주기 위해 세라를 그 동안만 부라퀴한테서 막으면 된다. 그러나 세라를 보호하는 것은 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든의 고군분투를 더 높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공중에 떠 있을 수도 있고, 변신술이 가능한 “잭”과 달리 이든은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스토리의 연결이 다소 약하고, 흐름이 매끄럽게 못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래! 심형래 감독 말마따나 짧은 시간의 오락영화를 만들기 위해 다소 부족했다 치더라도 다음 작품에는 좀 더 세심하게 정리하여 더 좋은 CG와 스토리로 관객들과 다시 조우했으면 한다.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년학>에게 충무로와 기자, 평론가들 대부분은 칭찬 일색이었다. 역시나 기자들과 관객들의 눈은 다르다. 첫 주 전국 7만관객만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디 워>는 거의 악평 일색이다. 그나마 호평인 몇몇 평도 그래도 심형래 감독의 의지가 대단하다는 또는 CG가 기대이상이었다는 그런 말뿐이다. 호평이 절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평이 오히려 <디 워>의 기대치를 조금 낮춰서 이 영화가 흥행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해주리라 본다. 예고편에서 나온 장면들을 스크린에서 보는 것도 멋졌지만, 별로 보이지 않았던 “선한 이무기 vs 악한 이무기”는 <용가리>에서 용가리vs용가리가 약간 생각나긴 하지만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관이었다. 순제작비 300억, 총 제작비 700억을 국내에서 충단은 절대 불가능하다!! 괴물이 극장 총 수익이 약 800억이다. 순 수익은 그 절반 정도밖에 되진 않는다. <디 워>가 1000만이 들지 안 들지는 모르겠지만, 흥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SF영화로 계속 밀어붙인 심형래 감독이 더 제작하고, 우리도 우리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발전을 보기 위해 극장에서 찾지 않을까? <용가리>를 본 사람은 스토리에 많은 기대를 하겠지만, 이건 거의 헐리우드 오락영화라 봐도 좋다. 그렇다. Z급의 스토리는 아니어도 A급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가 미국 사람이 찍었다면 헐리우드 평범한 오락영화일 수 있겠지만, 그것을 단지 우리나라 코미디언 출신 영화감독이 만들었다는 것에 이렇게 이슈가 된 것이다. CG만은 확실히 인정한다! 그러나 영화관 들어가기 전에 내가 <디 워>한테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확실히 정해놓고 들어가야 한다. 그 리스트에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다면 보고 나서 유치한 영화라 말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보지 않을 것인지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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