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2007)
감독 : 심형래
각본 : 심형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난한 느낌의 영화다.
어느 영화나 마찬가지 듯이 장점도 있고, 단점도 느껴지는 그런 영화였다.
다만 감독이 한국인 심형래라는 사실이 이슈화되어 요즘 열띤 논쟁의 근원이 되는 영화가 되버렸다.
요즘 인터넷 상에서 여론의 대세는 대략 두 갈래로 나뉜다.
영화가 아닌 심형래 감독을 옹호하는 부류와 그 반대의 부류. 반대의 부류에는 너무 열성적인 심형래 감독 옹호 세력에 질려버린 사람들도 있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논쟁의 결론은 흔히 영화보고 나서 이야기 해라! 로 결정지어지곤 했는데, 이제 영화가 개봉한 후 여론의 반응은 심형래 감독으로 한층 더 쏠린 느낌이다. 각자가 얼마나 영화에 대해 기대를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기대보단 이상이었던 것 같다. 트랜스포머 이후 잠시 반응을 몰아오던 화려한 휴가는 묻혀버리고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흥행 뿐만 아니라 인터넷 여론까지 휩쓸어버렸다. 뉴스에서 조차 작년 1300만 이라는 흥행을 기록한 괴물과 유사하게 개봉 첫날 42만의 관객을 몰이했다는 소식을 전하기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만 그다지 큰 주목을 받는 극장은 아닌 랜드시네마에서 밤 10:20분 회를 관람하게 되었는데 방학이긴 하지만 평일 심야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거의 매진 상황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지만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다들 박수를 치고 있었다. 개봉 2일째인 지금, 최근 어떠한 한국 영화보다 놀라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디 워는 어떤 영화인가??
앞서 무난한 느낌이었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는 장점과 단점이 상충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우선 쓴 소리부터 하자. 영화는 액션에 포인트를 맞춘 것만큼 간단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한국의 이무기에 대한 전설(이무기에 대해 영어의 의역이 아닌 발음 그대로 언급되는 모습이 좋았다)을 기반으로 현대에 전설이 다시 재생되어진 상황을 묘사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 가운데 심형래 감독은 욕심이 좀 많았다 여겨진다. 500년 전의 이야기를 현대에 재탄생 시키는데 있어서 로맨스를 집어넣고, 정부의 음모론도 엿보이며,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필요한 정서씬을 남발하고, 감독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유머도 놓칠 수 없는 상황 등 흐름이 부드럽기 보다는 산만한 느낌이 있었다. 기존의 여러 액션 영화 속에서 보아왔던 요소들이 디 워라는 영화 속에서 재구성되는 듯 하지만 이미지화를 이루었을 뿐 완벽한 실체를 갖추진 못한 느낌이다. 물론 그 모든 것들이 개연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주인공 들이 환생한 설정에서 감정적인 것 역시 포함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흔히 뜬금없이 등장하는 로맨스에 대해 불만이 있곤 하는데, 영화 내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서 그렇지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부의 자세 역시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주인공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은 나름 타당성이 있다. 그리고 정서씬의 존재는 이야기를 탄탄하게 하고 각 씬의 연결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로써 꼭 필요한 것이긴 하다. 다만 그런 씬의 비중이 좀 높아 보였다는 것이 아쉬운 생각이다. 더불어 아시아 권 관객들에게만 해당될 수 있는 부분일 듯 한데, 조선 시대 등장한 부라퀴 세력들의 이미지에서 이질감이 느껴진 것도 부정 할 수 없을 듯 싶다.(물론 이에 대해서는 심형래 감독의 설명이 있어서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장면의 흐름이 부드럽기 보다는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었다고 보아진다. 삭제 된 씬이 있다고 하니 차후 DVD 를 통해 얼마나 다른 점을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현재 오픈된 필름에서는 그럼 점들을 무시할 수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최근 관객들의 반응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영화 속에서도 충분히 즐기고 볼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은 Computer Graphic.
최근 트랜스포머로 인하여 상당한 관심을 끌게 된 CG 라는 것이 이 영화 속에서도 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수준이 트랜스포머처럼 극한의 것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헐리웃에서 CG 를 좀 썼다는 영화와의 비교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은 참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돋보인 것은 사실적인 느낌보단 실사 배경과의 조화에 있어서 그 어느 영화보다 뒤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체 자체를 최대한 디테일하게 묘사하기 보단 배경과의 조화에 있어서 액션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그에 따른 피드백이 충실히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 나름의 기준이 서있는 듯 보였다.
앞서 각 씬의 흐름이 튀어보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내용 자체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것에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데 있어서 구조가 좀 부실해보인 다는 것.(예를 들면 남녀 주인공의 키스씬 하나 보여주고 얘네들은 500년 전의 인물들이 환생한 것으로 감정 또한 운명적으로 이어진다는 설정이다 라는 것을 이해하라는 식)납득할 수 있다면 영화를 즐기는데는 큰 무리가 없다. 더불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등장하는 감독의 유머는 그의 특기인 슬랩스틱 코미디를 살리는 부분이 있어 반갑기도 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결정적인 장점은 감독이 심형래 라는 사실이다. 사실 지금껏 인터넷 상에서 논쟁되어온 대상은 영화가 아니라 심형래 감독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무조건 적인 호응에 대해 지적하는 이야기도 많았었는데, 사실 이 영화는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가 참 힘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국 사람은 ‘한국’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일어나는 많은 일에 열광하는 편이다. A매치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다들 경기장 혹은 TV 앞에 모여 응원하고, 한국 사람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자기 일인 마냥 기뻐해준다. 이번에도 그런 심리가 군중 심리와 맞물려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버렸다. 작년, 혹은 그 보다 더 전, 심형래 감독이 고생스럽게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 심형래와 디워는 기억, 궁금증, 이슈의 대상이 되지 못했었다. 나 또한 적지 않은 시간동안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심형래 감독이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영화들처럼 스타를 앞세워서 환영받으며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욕 먹어가면서 수 년간 고생 끝에 혼자서 미국과 일본에 배급을 뚫고 이례적으로 미국에 1500개 이상의 개봉관, 일본에 500개 개봉관을 잡고 떳떳하게 국민들에게 공개한 것이다.
분명 지금까지 보아온 한국 영화들과는 다르다. 디 워는 영화 자체 뿐만 아니라 그 뒷 얘기마저도 영화같은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영화 관람 자체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려울뿐더러 관객들 스스로 박수를 치게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의 심형래 감독과 디워에 대한 열광은 당연히 나와야되는 국민적 특성임과 동시에 열심히 노력한 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라고 생각이든다. (뭐, 최근의 밀양만 하더라도 전도연의 칸 수상 이후 관객이 대폭 증가하지 않았는가? 단순 영화 질적인 문제에 대한 확신을 얻고 극장을 찾았으리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이렇듯 디 워 라는 영화 자체가 심형래 감독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기에 영화의 장점으로써 감독의 가치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개봉 2일을 넘긴 지금, 디 워에 대한 반응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 심형래 감독에 힘을 실어주자는 반응이 더 거세지고 있다. 확실이 그가 이뤄낸 결과는 발전을 보여왔고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디 워는 그가 세계 시장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며 다들 그의 장래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 또한 이런 관객들의 응원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말한 것처럼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다른 영화인들 역시 필연적인 디 워의 성공으로부터 자극과 격려를 얻고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더 이상 국내에서 나눠먹는 것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눈을 밖으로 돌리고 심형래 감독처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국민들이 외면하겠는가?
언제든 다시 한 번 디 워의 전설(전설? 이뤄질거라 믿는다)이 재현될 것이라 생각된다.
정신차려라 영화인! 특히 제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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