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도와 힘겨운 노력을 한 심형래 감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깝고 아찔하더군요.
CG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부 실사와 한 화면에 잡힐 때 어색한 컷도 있었지만 몰입을 방해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마지막 도심 액션신과 이무기들의 싸움은 멋지기도 했구요.
하지만, CG가 영화의 전부는 아닙니다. CG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야기가 유치하다는 비판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유치하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지만, 그 속에 즐거움을 담아내야 많은 사람들이 즐기니까
의도적으로 평이한 이야기를 선택한 거라고 생각해 봅니다.)
문제는 이야기의 연결이 너무 어색하다는 겁니다. 장면과 장면의 연결에 실소가 나옵니다.
정부관계자가 우선 이 뱀이 있는 곳을 찾아. 라고 말하면
그 다음 신에는 군사들이 이무기가 있는 동굴로 급습합니다.
어떻게 이 장소를 찾았고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
주인공들이 있는 곳과 얼마나 떨어진 곳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요.
같은 신에서 그 다음컷을 보면, 아직 전투가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땅에 쓰러져 있는 병사들.
악한 이무기는 벌써 주인공들을 추격하고 있는데
다음컷에선 나쁜 무리들이 '여의주를 잡아 바치자!'하고. (뭔가 순서가 뒤바뀌어도 한참....)
이런 식입니다.
장소와 장소, 에피소드와 에피소드의 연결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으니까
해변가랑 교수님의 집이 바로 붙어 있는건지, 동굴이랑 음식점이 옆동네인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관객은 어-어- 하면서 따라갈 뿐이에요.
원래 120분인데 압력으로 90분으로 줄인거다... 그런 말도 있고, 그런 이유로 옹호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무튼 영화는 상영되는 결과물로 관객과 만나고 평가되는 겁니다. 삭제된 30분에 설명이 있을꺼야
그러니까 이해하고 봐야지. 이건 억지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이 총을 맞고 칼에 다쳐도 아무렇지 않거나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여의주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나
카리스마 하나 없이 실소를 자아내는 악한 이무기 팀의 리더, 이런 것들은 그저 안타까울 뿐이더라구요.
이야기의 단순함이나 유치함?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져야 한다는 건 영화의 기본적인 것 아닐까요?
이야기가 안 된다, 이전에 이야기가 연결이 안되니 관객의 감정도 영화를 따라 이어지지 못하네요.
편집이 너무 많은 것을 앗아갔는지, 아니면 애초에 시나리오를 고심하지 않은 것인지
다음 작품에서는 이 문제가 꼭 해결되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론 심형래 감독이 감독욕심을 버리고 제작을 했으면 합니다.)
심형래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게 영화의 좋고 나쁨, 지지함과 지지하지 않음과 연결되진 않는다고 봅니다.
그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영화는 너무 못 만들었습니다.
CG가 영화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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