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제가 아는 언니는 요상한 모자를 하나 들고 왔더라구요. 왠 고깔모자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언니 아는 사람이 호주에 여행 갔다 오면서 선물로 사온 걸 받은 거라고 하더군요. 그 모자가 바 로 大유행중인 해리 포터에 나오는 마법사 모자라고 하네요. ‘해리 포터 열풍이라고 하더니 영화도 아닌 책 속에 나온 모자를 이렇게 파는군. @.@’ 놀랬었습니다. 역시나 이런 책을 영화사에서 놓칠 리가 없죠.
해리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마법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이 가 아무도 없다는 걸. 열한번째 생일을 맞던 자정에 호그와트 마법 학교 입학통지서를 가지고 문을 박차고 들어온 해그리드를 만나기 전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죠. 뭐~ 가끔씩 열 받을 때 주변에 묘한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자신이 벌이는 일이라고는 생각 한 적 없으니까요. 그런데... 몰랐던 해리 자신의 과거는 좋은 것만 은 아닙니다. 마법세계를 위협하던 악의 마법사 볼드모트에 대항했 던 부모님은 어느 날 습격을 받고 갓난아기였던 해리를 지키기 위 해 희생하셨다는군요. 부모님을 살해한 볼드모트는 어찌된 영문인 지 해리에게 위해를 가하려다가 오히려 모든 힘이 소멸되었구요. 그동안 자신을 못살게 굴던 이모네 가족을 떠나 9와 3/4 승강장으 로 향하는 해리의 발걸음은 흥분으로 가득차있네요.
해리에게 이제 어떤 모험이 펼쳐질까요? 책을 읽으신 분이야 뭐 다 알지..--v하시겠지만.... 이거 보니까 갑자기 우리 어린시절에 불렀던 그 노래 떠오르지 않으세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 저 역시 원작의 좋아했던 독자로서 해리포터 시 리즈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던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그나마 영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조금 안심하긴 했지만, 그래 도 상상 속의 세계에 존재하던 그 무엇을 끄집어내서 실체화시켜 눈으로 본다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니까요. 그건 영화를 만 드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겠지만.... 제가 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책 자체 그대로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제가 상상했던 등장인물의 모습과 쌓아올렸던 마법의 세상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사실 자국에서만의 베스트셀러가 아닌 전 세계의 독자를 사로잡았 던 책을 영화화한다는 것 큰 모험입니다. 이만큼의 고정관객이 있 다는 소리는 반대로 그만큼의 악담꾼들이라는 위험요소 또한 존재 한다는 이야기니까요. 스탠리 큐브릭처럼 원작자랑 싸우더라도 자 기만의 세상을 존재하던가 아니면 책을 복사하는 수밖에 없는 법이 죠. 동화라는 가장 큰 요소를 생각해보면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 의 전략은 최선의 선택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전략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요? 책을 안 읽은 이에게도 공평한 영화가 되고 싶 었던 희망은 알겠지만 152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오버액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감독의 영화가 아니라 원작자인 조앤 K. 롤링의 영화더 군요. 흥미진진해져야 할 대목에서 정작 그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 하고 보는 동안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동화라니... ㅡㅡ;;
영화 보고나서 사실 전 조금 슬펐습니다. 영화가 너무 정밀하고 똑 떨어지게 묘사해서 제가 덧칠할 여백 따윈 아무데도 없었으니까요. 제가 그동안 조금씩 만들어왔던 마법의 세상이 순식간에 영화 속으 로 빨려 들어가고 저에겐 남는 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앞으로 해리 포터 5권이 나오고 그 책을 읽을 땐 아마 그동안 제가 가졌던 세 상 대신에 영화 속 세상만이 제 머릿속에 그려지겠죠. 마치 동화 『백설공주』의 이미지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 장이]와 겹쳐지는 것처럼요. 아마도 이것 역시 점점 더 동화에서 벗어나는 어른의 슬픔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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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영화 보고나서 사실 전 조금 슬펐습니다
2010-08-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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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제작사 : Warner Bros., Heyday Films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