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제대로 퓨전이다. 한 데 섞은 퓨전이 아니라 코스식 표전요리다. 말하자면, 연어샐러드가 나오고 이어 자장면이 나왔다가 한과로 마무리하는 뭐, 그런. 한이 서린 귀신이야기에서 존속살인을 서슴지않은 사이코패스로, 마지막에는 전설의 고향식 인과응보로 급 마물. 써놓고 보니, '참, 일관성 없는' 영화다.
하지만 어설프게 뒤섞은 '검은 집'류의 섞어찌개 퓨전보다는 낫다. 적어도 따로따로 맛은 나니까. 또 그 하나하나의 맛은 괜찮은 편이니까 말이다.
샴은 '한 번 무서워해봐!'라고 작정한 영화다. 그래서 장르의 화법에 진지하게 몰입한다. 진부하기 그지 없는 클리셰를 남발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제대로 작정하고 만든 영화인 셈이다. 기괴한 귀신의 모습, 스산한 배경, 공포의 순간마다 쾅쾅 때리는 효과음들. 모두 어딘가에서 한 번은 보고 들은 것들이지만 이게 참 무섭다.
이건 비오는 날 혹은 여름에 놀러가서 하는 귀신이야기가 매번 거의 비슷함에도 공포를 주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각인된 공포. 화법이나 분위기를 달리한다고 해서 공포감이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각인된 공포심은 일종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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