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왜 이렇게 열을 내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 글을 씁니다. 양해해 주신다면 짧게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호타루를 아직 보지 못했고, 그 영화가 얼마만큼의 감동을 주는지 모릅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감동받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가 호타루에 대해 소략하게나마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그런식의 전쟁관에는 결코 동감할 수 없습니다.
가미가제로 참전했다는 조선인 김선재(창씨개명했으니까 가네야마가 되었겠죠. 빌어먹을.), 병신 가운데서도 상병신입니다. 독립운동은 못했을망정 가미가제로 나가다뇨. 독립운동은 용기가 필요한 것이라서 어렵다고 칩시다. 그때 지리산이나 어디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라도 전쟁 안나가려고 애썼던 사람들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끌려나가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많구요. 자기 동포들 피빨아먹던 놈들의 전쟁에 나가면서 당당하게 가미가제로 나가다뇨. 만약에 그런 놈들이 많아서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일본이 전쟁에 이겼다고 칩시다. 그럼 지금 우린 어떻게 살고 있겠습니까.
해석의 차이라고 하면 곤란합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당하는 입장이었지 않습니까. 관용은 중요한 덕이지만 저질러진 범죄에 적용하려고 만든건 아니죠. 도둑과 강도에게도 나름대로의 입장이 있을테니까요. 얘기를 들어보니 일본에서 돌아가셨던 이수현씨의 부모를 초청한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상당히 불쾌합니다. 낯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쳤던 이수현씨의 고귀한 정신이 가미가제로 군국주의 일본의 영원한 개가 된 가네야마따위와 비교된다는 게 말입니다.
만약 일본인의 입장이었다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일본인의 심정이야 어쩐지 모르겠지만 그래선 안됩니다. 태평양 전쟁은 소수 군국주의자들의 야욕을 위해 무고한 국민들의 생명을 무더기로 내다버린 잘못된 전쟁이었습니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경계해도 모자란 판에 가족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는건 대단한 일이었다는 투의 영화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잘못된 희생을 미화하는 건 다른 나라들과 일본 전체를 위해서 절대 피해야 될 생각입니다.
2002-01-16 오전 10: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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