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는 하나의 상황에서 빚어진 다섯 인물의 충돌을 그린 영화다. 가족 여행에 여자친구를 동행시킨 아들은 그녀가 낯선 남자인 빌과 함께 요트를 타고, 그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상황에도 무관심하다. 이러한 상황이 못마땅한 미리암은 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며 빌의 집으로 나선다.
휴양지의 가족에게 불어닥친 비극의 관점에서 보면 미카엘 하네케의 <퍼니 게임>은 피동적 비극,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름휴가>는 자발적 비극이다. 빌을 찾아 간 그녀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난 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몸을 섞는다.
주변인에게 도덕적 책임감을 강조한 그녀가 스스로 욕망에 휩싸여 타락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포착한 연출은 설득력이 짙다.
<타인의 삶>에서 성공과 사랑의 갈림길에 선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한 마티나 게덱은 이 영화에서도 욕망과 이성의 경계에서 고민을 반복하는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지적이고 논리적인 미리암이 욕망에 침잠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다룬 슈테판 크로머 감독은 상황을 제시하고 각주는 달지 않는다. 그것은 그 상황에 처한 당사자 개인이 판단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모종의 주문이기도 하다. 초반은 홈드라마로 여겨질 만큼 단조로운 이야기의 흐름을 타지만 빌이 미리암에 대한 감정을 바꾸면서부터는 극적 긴장감이 팽팽해진다.
극의 긴장감을 풀고 조이는 리듬감은 이야기에 몰입을 유도하고, 표정과 말투로 심리적 변화를 토해내는 마티나 게덱의 화면 장악력은 압도적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가족을 붕괴시킨 여자의 선택이 비극인지 혹은 희극인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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