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달, 그 적당한 거리의 관계...
영화는 달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달이 비추는 곳은 대한민국 어느 도시의 이층집. 그 집에는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하는 심창수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거친 생활력의 부인 희경, 그리고 자신이 주워 온 아들이라 확신하는 용태, 외모만큼이나 엉뚱한 용선,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용선의 이모 미경이 같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살고는 있지만 도무지 소통하지 않는다. 대화도 없고 공통의 관심사항도 없다. 가족들은 망가진 밥솥으로 엄마가 어떻게 하루 세끼 밥을 짓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이들 심씨네에 갑자기 사건사고들이 집중되어 나타난다. 아니 어쩌면 평소에도 자자분한 사건사고들은 계속 되었겠지만, 굳이 관심사로 거론될만한 일은 아니었을 게다. 아무튼 뚜렷한 삶의 의지나 목적을 이미 상실해 버린 아버지는 어느날 우연히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여학생들 발견하고 도와주지만 그런 선의는 잘못 오해되어 원조교제 교사라는 낙인을 받기에 이른다. 어머니는 살가운 웃음을 띄며 커피의 낭만을 얘기하는 노래방 알바 청년에게 필이 꽂히고, 용태는 원조교제를 하는 여학생 때문에 가슴앓이를 한다. 용선은 영화를 가르치는 학교 임시교사(박해일)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무협소설을 쓰는 이모는 진짜 소설가를 만나겠다며 자신을 버린 애인으로 인해 아픈 가슴을 쓸어 내린다.
각자가 만든 자신들만의 작은 세계에 매몰되어 있던 이들은 가장인 아버지에게 닥친 불명예에 대한 타인의 비방과 돌팔매를 방어하다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된 이들은 천변에서 활극을 펼치다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으로 모여든다.
이 영화가 말하려는 바는 지구와 달의 관계를 들어 거론된다. 끄는 힘과 미는 힘의 적절한 조화로 인해 더 이상 멀어지지도 더 이상 가까워지지도 않는 지구와 달. 뒷모습(숨겨진 내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계속 동행을 해야 하는 관계가 바로 가족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영화는 보는 내내 <미스 리틀 선샤인>을 떠올리게 했다. 콩가루 가족의 특별한 여행을 통해 가족이라는 하나됨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어 2006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거론되는 <미스 리틀 선샤인>.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망가진 자동차를 타기 위해 가족들이 차를 밀며 달리다 한 명씩 올라타는 장면과 마지막 모든 가족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이 두 장면은 도저히 함께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콩가루 가족들도 힘을 합해 이룰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명확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좋지 아니한가>에서 이와 비견할 만한 장면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모인 천변에서의 활극 장면이었다. 조금은 과장된 듯한 캐릭터들의 짜집기식 연기로 끌어 오던 영화는 비로서 이 부분에서 조화, 화합, 어울림의 장면을 연출한다. 그런데 그 효과는? 감동적이지도 않고 재미를 안겨주지도 않는 마치 억지로 짜낸 듯한 느낌이 강했다. 게다가 싸움의 과정도 한 명의 역할이 종료되면 다음 사람의 대사가 나오는 등 마치 마당극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지점에서 이창동 감독의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랐다. "왜 한국 배우들은 실제와는 다르게 연기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