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포머 (2007)
감독 : 마이클 베이 각본 : 알렉스 커츠만/로베르토 올시
기존 외화 흥행순위를 갈아치우며 계속해서 선전하고 있는 트랜스포머. 개봉 전 기대도 높았을 뿐 아니라, 기대에 호응하며 놀라운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대로 있다간 반지의 제왕이 세워놓은 외화 흥행 기록도 갱신할 것으로 보여진다. 개봉 첫 날 조조로 영화를 보았었는데 평일 조조시간대 였음에도 극장(용산 CGV)안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기존 어떤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이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가 싶다.
영화가 이처럼 빅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록을 보면 20여년 동안 활발하게 제작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첫 작품이 나왔던 것이 1984년. 하지만 그 흔적을 국내에서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 큰 인기를 누려온 TV 시리즈는 국내에서 방영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은 80년대 후반 어느 국경일에 TV를 통해(MBC로 기억됨) 공개된 극장판 뿐이었다. 20대가 될 때까지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별로 놓쳐 본 적 없는 본인으로썬 트랜스포머는 강렬하지만 신비한 느낌의 것이었다.
사실, 그렇게 TV를 통해 트랜스포머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전까진 트랜스포머라는 이름의 개념 조차 모르고 있었다. 80년대 당시 남자아이들에게 최고의 장남감은 변신 로봇이었다. 그 유명한 태권브이 조차도 변신 합체 로봇의 형태를 갖고 있었고, 그 외 다양한 변신로봇들이 있었다. 하지만 제법 이름을 날린 로봇들의 장난감은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당시 국민학생 아이들의 주머니 돈으로는 도저히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이른바 트랜스포머로 불리울 수 있는 저가의 장난감이었다. 탈 것이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컨셉 아래 다양한 형태의 로봇들이 등장했다. 물론 무명의 로봇들로 단 몇 백원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당시 조립식이라는 이름으로), 과자를 사도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구한 로봇들은 자동차,비행기,탱크 등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이른바 트랜스포머 류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트랜스포머는 익숙해졌으며 방송을 통해 공개된 후 막연한 기대감과 신비함을 남겨 놓았다. 그렇게 노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캐릭터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은 시간이 지날 즈음, 실사 영화로 등장하게 된 트랜스포머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시키며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30대 이상의 나이라면 그런 막연한 그리움이 떠오를 것이다. 나처럼.
하지만 20년 만에 접하는 그 이름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놀라운 CG 효과. 정교하고 사실감을 돋보이게 하는 이 요소가 오히려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듯하다. 영화의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개개인에 따라 차별될 수 있는 느낌 같은 것이겠다.
영화는 가히 상업영화의 최고봉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현재 이 영화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폭발적인 반응만 봐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리라. 그런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는 원인은 그 어느 영화와의 비교를 거부하는 비주얼에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유일한 장점이기도 한 비주얼은 과거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영화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변신 로봇의 흥미를 더욱 더 부각시킴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나 변신 할 때 보여주는 기계적인 특징은 앞서 개인적으로 이질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인정할 수 있는 부면은 캐릭터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해주며, 변신 로봇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 시켰다고 보아진다. 반면 영화 내 다른 요소는 평범한 수준을 넘어서진 않는다. 화려한 비주얼을 보여주지만 어디까지나 놀라운 CG에 의한 것이고 액션 연출 자체는 단순한 편이다.(다채로운 액션은 다이하드 4.0이 더 뛰어남) 그리고 이야기 자체도 단순한 구조를 띄지만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상대적인 의미로 이러한 요소들로 화려함을 더 부각시켜 주고 있는 것. 단순하다곤 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다 담겨있다. 굳이 이야기 거리를 더 담을려고 했다면 지난 20년동안 쌓아놓은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단순한 구조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 덕분에 관객들은 보는 것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한 우물을 파서 관객들에게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이 영화는 향후 시리즈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만큼 돈 벌이가 되는데 그냥 놔둘 제작자들이 아니지. 다만 이야기가 지속되면서 각 캐릭터들의 에피소드가 충실히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미국의 경우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노출되었기에 각 캐릭터들이 자세한 설명 없이 충분히 개성을 나타낼 수 있었겠지만 국내의 경우는 다르다. 덕분에 개인적으론 등장한 로봇들의 개성이 부족하고 뭉뚱그려 표현 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각 보스 캐릭터와 초반부터 등장하는 로봇은 좀 나은 편이다. 다른 로봇들은 탈 것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서로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 더군다나 액션 씬에서는 뮤직비디오 마냥 화면 전환이 빨라 각 캐릭터의 개성은 더욱 드러나기 힘들다.
이 기회에 애니메이션의 국내 방영도 기대되기도 하고, 향후 시리즈를 통해 튼실한 세계관을 충분히 반영하는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분명 2007년 여름을 보내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낼 영화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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