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타임용으로는 무난....
이 영화는 1986년에 만들어진 로버트 하몬 감독의 액션 스릴러 <힛쳐>를 21년 만에 리메이크 한 영화로, 워낙 오래 전에 봐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몇 사소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오리지널 영화의 충실한 재현이라고 한다. 영화는 미국 도로에서 매년 45,000명 정도가 죽는다는 정보를 알려주면서 시작하는데, 결론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낯선 곳에서 낯선 자에 의한 공포를 보여주는 데 있으며, 최근 영화로는 <구타유발자들>이 낯선 곳의 공포를 보여주는 대표적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비가 거세게 몰아치는 어두운 저녁, 연인 사이인 그레이스와 짐은 여행을 떠나는데, 길거리에서 한 남자를 치일 뻔하지만 간신히 옆으로 피해 선다. 도로에 서 있는 이 남자가 차를 얻어 타려 한 것인지, 아니면 자살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다보면 자살을 시도했던 것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충분히 죽일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그레이스를 살려 두기 때문인데, 여기서 확실한 건 죽고 싶다고, 죽여 달라고 하는 사람은 소원대로 해주는게 속 편하다는 얘기다. 물론 그에 따른 법적 처벌(살인죄 내지는 살인방조죄 같은)을 받아야 하겠지만, 죽는 것 보다야 낫지 싶다. 어쨌거나 도로의 이 남자는 "나는 죽고 싶다"를 듣고 싶어 하거나 스스로 되뇌인다는 점에서 확실히 자살 쪽에 무게가 실린다.
자살에 실패한 남자는 그레이스와 짐을 스토킹처럼 따라 다니면서 괴롭히는데, 어찌됐건 니 손에 죽겠다는 열정 하나는 대단하다. 게다가 이 남자는 아마도 군 특수부대 출신이지 싶은데, 일반인이라면 수 명의 경찰관들을 소리 없이 해치우고, 권총 하나로 헬기를 저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순간 순간 끔찍함을 선사하는 데에는 나름 성공하고 있다. 인형을 내릴 때 그 뒤에 살인마의 웃는 얼굴이 나타난다든지, 특히 트럭에 묶인 짐이 죽는 장면은 순간적으로 눈이 감길 만큼 고어틱하고 끔찍하다. 그럼에도 오리지날의 서서히 조이는 공포의 힘은 많은 약해진 듯한 느낌인데, 우선적으로는 살인마 역을 맡은 숀빈과 오리지날의 롯거 하우어의 카리스마 차이에서 기인하는 듯 싶다.(숀빈이 못했다기보다는 롯거 하우어가 워낙 강했다.) 오리지날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킬링 타임용으로는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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