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당황스럽다...
요즘 자신의 자동차를 뒤져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혹시 내 자동차도 거대 로봇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 아무튼 이런 농담이 나돌 정도로 <트랜스포머> 바람은 거의 환장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광풍이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안전 관람을 위한 좌석 배치 안내까지 나올 정도이니 대단하다는 말 이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있으랴. 이런 분위기 속에 드디어 영화를 보러 갔다. 유행에 휘말리는 사람이나 굳이 유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나 기본적으로는 같은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난 아무래도 후자 쪽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거의 유례없는 찬사 일변도의 분위기가 오히려 약간은 관림을 기피하게 되는 심리로 이어졌는데,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다.
어쨌거나 <트랜스포머>는 재밌는 영화다.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것도 재밌는데, 심지어 그들이 외계의 존재라니.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그것도 기가막힌 실사로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이 영화는 대단하다. 엄청난 시각적 만족을 주는 <300>에 이어 <트랜스포머>로 헐리우드가 산업적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고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로봇 실사 영화가 여기저기서 기획되고 개봉되리라는 예상은 너무 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한 엄청난 반응은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이렇게까지 광분할 만한 오락영화인가에 대해 영화를 보고 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엄청난 흥행이 불만인 것은 아니다. 충분히 흥행할만한 영화이고, 그럴만한 재미를 제공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내가 오락 블록버스터에 기피 증세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들은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노골적으로 미국 중심적이라 부담이 가는 측면이 있긴 해도, 특히 <더 록> 같은 영화는 만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오락영화라는 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트랜스포머>를 보고 어느 정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최고의 오락영화라는 찬사를 줄 정도의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개인적으로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 중 <더 록><나쁜 녀석들1, 2>는 최고, <아마겟돈>은 최악, 나머지는 평균 정도의 오락성을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마이클 베이 감독 영화는 전편 관람했네..)
어쩌면 변신 로봇이 나왔을 때쯤엔 이미 나이가 들어서 변신 로봇 장난감이 집에 있어 본 적도 없고, 만저 본 적도 없었던 과거의 반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개봉되기도 전에 변신 로봇 그 자체에 대해 광분하는 후배의 모습들에서 이질감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거기에 이 영화를 보고 위대한 미국 운운하는 일부 네티즌의 존재는 지능 안티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어릴 때 학교에서 싸움 제일 잘하는 학생 옆에는 꼭 그 힘에 빌붙어서 마치 자기 힘인냥 과시하는 애들이 있었다. 다른 학생들의 입장에선 싸움 짱보다는 옆에서 그 힘을 믿고 까불대는 애들이 더 얄밉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그래서인지 식민지에서 해방됐을 때도 조선 민중들이 가장 먼저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건 일본인들이 아닌 조선 앞잡이였다고 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면이 있다. 나로선 영화를 통해 미국의 힘이 입증(?)됐다는 이유가 미국에 대한 복종과 굴복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해 도저히 이해 불가능이다. 그 힘을 인정한다는 것과 그 힘에 복중한다는 것 또는 그 힘을 무시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동일하게 사고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듯 싶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자면 영화의 기술력은 온전히 미국만의 힘이 아닌 자본으로 사들인 전 세계 능력의 총화라는 점이다. 물론 무엇을 동원했든지 간에 가장 우수한 능력을 모아 녹여낼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난 과도한 민족주의 또는 민족주의자에 대해서 부정적이다.
아무튼 엄청난 시각적 충격과 기막힌 아이디어를 통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트랜스포머>를 보며, 고작 거대한 미국의 힘을 느끼고 그것에 대항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식의 일차원적 반응보다는 미국의 힘(또는 미국 영화의 힘)을 어떻게 하면 한국 영화 내지는 산업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를 더 고민해야 될 때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