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부학 교실"이란 영화가 나온다는 걸 알았을 땐 조금의 기대감이 있었다. 해부가 실제로도 무서운 일이고, 그 기발한 소재를 통해 관객들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 밖에 흐름과 반전 때문에 솔직히 영화에 대한 실망이 컸다. 늘 공포 영화를 보고 만족감은 제로에 실망한 거듭해온 나였지만 해부학 교실은 예고편을 보고 무서워서 기대를 했었는데.
해부학 교실은 시작부터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체를 싣고 가는 트럭 운전사가 죽고 시체들이 엉망진창으로 섞여있는 장면에서 누구나 조금은 섬뜩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게 첫 시작을 알린 해부학 교실은 여섯 명의 의대생들의 외과의로서의 강한 다짐과 포부를 보여준 다음 본격적으로 공포가 시작된다.
첫 번째 타자는 만년 일등 은주. 카데바의 손을 잡고 자신의 딱한 사정을 말하던 그녀의 눈물어린 호소가 가엾게 느껴질만큼 그녀는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어서 그녀와 앙숙이었던 지영은 알 수 없는 환상에 사로잡혀 해부학 교실에 갇히게 되고 똑같은 죽음을 맞이한다. 어두컴컴하고 적막하기만한 해부학 교실. 그 자체만으로도 무서운 공간인데, 끔찍한 죽음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자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잔인한 장소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것을 보고 카데바에 얽힌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예상대로 카데바에게는 아주 억울한 사정이 있었다. 마을에서 남자들에게 칼에 찔린 후 병원에 버려져서 입원을 한 후, 절름발이 의사가 애틋한 의사소통을 나누게 된다. 누가봐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자신의 처지 때문에 사랑을 거부하는 여자와 그녀를 위해서라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어디든지 달려가는 절름발이 의사의 사랑은 공포 영화인 것을 잊을만큼 따뜻하고 애틋했다. 사정을 다 알고 난 뒤에 나는 분한 마음이 들었다. 착한 사람들인데 억울하게 죽이고 그것을 쉬쉬하면서 멀쩡히 살아오다니.. 나쁜 것들!
연쇄살인사건이 너무 잔인하고 죽은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카데바와 외눈박이 의사에 대한 불쌍한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전이 나왔을 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어이도 없었다. 선화가 교수의 딸이었다는 점과 모든 사건들은 그녀가 일으킨 것이라는 것 , 마지막 장면에서 외눈박이 의사가 선화에게 메스를 건네주는 장면은 참으로 괴기스러웠다. 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알려 주려고 그러는 것일까?
어둡고 적막한 해부학 교실은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난 이 영화의 흐름이 지루했고, 반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처럼 공포 영화는 중간중간 가슴 졸이며 보다가도 영화가 끝나면 허탈한 마음이 든다. 소재가 기발한 영화는 내용도 기발하게 만들어질 수는 없는 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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