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원하는 걸 얻었으니, 됐잖아? ...... 이제 모두 이 집에서 나가줘요."
아쉽게도 이 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김주혁은, 아름다운 배우다.
꼭 외모가 아니라, 그의 연기는 참으로 착하다.
비열한 이가 될 때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열해진다.
그의 눈빛은 그럴 떄 꼭 살인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할 것 같은 분위기로 사람을 설레게 한다.
문근영 역시 멋있는 배우이다.
그 배우가 가진 열정과 꼼꼼함이 하나도 벗어남 없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천상 배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실패작이다.
스크린에만 의존한 것일까?
아님, 정녕 그저 두 배우의 퀄리티만으로 이 영화를 끌어내려고 했던 것일까?
급속도로 성장해 버린 관객의 높아진 입맛을 채우기에는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하다.
이상하게도 줄리앙은 멋있지 않았다.
쾌속과 쾌락으로 물들어진 사랑위에 존재하는 남자 줄리앙은,
위태롭고 위험한 냄새가 사방에 뻗혀있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남자다.
하지만 김주혁은 아쉽게도 너무 착한 남자다.
그 착함이 스크린에 배여 줄리앙보다는 김주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배우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인가.
또한 문근영은, 아직 이런 여인이 되기에는 한참을 더 농익어야 한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농익은 여인의 향기가 나기도, 설익은 풋사과의 향기도 나는 그녀를 소화하기에는
마치 어린 아이가 욕심을 부려 커다란 살코기를 집어 먹은 것 같다.
위태롭게만 느껴진다.
아쉽게도 조연들도,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그저 도지원은 단지 극악스럽게 공포스럽고, 헨젤과 그레텔의 마녀같은 느낌이었다.
진구는 우스꽝스러운 그 모자처럼 줄거리에 흡수되지 못한 채 그저 얹혀있는 느낌이다.
물론, 감독이 이런 것을 의도했다면, 성공한 거다.
그저 쉽고 발랄하면서도 쾌락적이기만 한, 요즘의 사랑을, 필요없다고 말하려던 것이었다면,
아쉽게도 감독에게 실패했다는 결과를 들려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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