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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공포영화를 말하다 케이브
jack9176 2007-07-04 오후 11:30:35 1133   [5]
한 이틀동안 그칠듯이 그치지 않는 비가 내리더니만 오늘은 다시 무더운 여름 햇살을 받게 되었다. 다행히 아직은 '전형적인' 장마는 아니지만 장마라서 그런지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보온이 되는 열대야는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이런 날씨에 열대야까지 오게 된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고 누가 감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인지는 잘 몰라도, 언제부턴가 "무더운 여름밤 = 공포영화"가 공식이 되어버렸다. 경제적 원칙에 입각하여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고,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는 것이겠지만 정말 불쾌지수가 천장까지 올라가지 않는 여름 밤이라면 있는 불이란 죄다 꺼놓고 음향을 최대로 하여 공포영화에 빠져드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이니까...

며칠 전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왔더니만 아무리 영화 내용도 중요하고, 출연배우도 중요하고, 화질도 중요하겠지만, 음향효과 역시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또 새삼 깨달았다. 그렇다고 끄적이는 자가 무슨 영화관 신봉자라든지 음향기기 매니아라는 말은 아니다. 끄적이는 자 주변에 보면 노래 한 곡을 듣기 위해서 스피커라든지 앰프라든지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끄적이는 자를 보면 노래를 듣지만 듣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끄적이는 자 취향이 취향인지라 이번에 소개할 작품도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영화이다. 제목은 「케이브」로 원제도 「The Cave」이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은 브루스 헌트로 이번에도 별로 그다지 모르는 사람이고, 배우들도 주인공 격인 에디 시브리언은 조금 얼굴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끄적이는 자가 열심히 한글 자막을 만들던 미국 드라마 「Invasion」에 출현한 배우였다.

이미 2년 전에 개봉한 영화이고, 많은 분들이 이미 봤을 것이라고 짐작하여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영화는 루마니아에 30년 전 수상한 한 무리들이 성당에 숨겨진 동굴에 들어갔다가 모두 비명 속으로 사라지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 동굴생물체를 연구하는 박사팀은 이 동굴을 발견하면서 유능한 동굴 탐사팀을 불러서 동굴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하지만 탐사 시작 전부터 형과 동생 사이에서 마찰과 베이스캠프를 만들러 들어가는 첫 잠수에서 사고로 대원을 잃으면서 설상가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맞닥들이게 된다. 출구를 찾으러 간 탐사대 대장이 괴생물체에 공격을 당하게 되고 탐사대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되는데...

줄거리는 이쯤 하면 공포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대충 결과도 이미 예상하실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작품 평을 한다면, 정말 '전형적인 교과서적인' 공포영화이고, 단지 무더운 여름밤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채로 보내기보다는 그래도 뭔가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괜찮지만 간담을 서늘케하는 공포영화다운 공포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실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나마 선혈이 낭자하는 부류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려나?

공포영화의 몇 가지 법칙들 중에서 어떠한 것들이 이번 작품에 들어가있는 지 살펴보면,

첫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끝내 살아 남는다.
아무리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고 팔이 부러지고 여러번 악당들에게 공격을 당하더라도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다. 대신 비중이 있든, 비중이 없든지 간에 주인공 외에 나머지 배우들은 왜 죽어야만 하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느껴질정도로 죽어나간다.

둘째,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는 애뜻한 감정이 어느샌가 무르익어 있다.
살인마에게 쫓기는 상황에서도, 여기저기 동료들이 죽거나 사라지더라도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애정을 싹 틔워서 영화가 끝날 때쯤은 이미 무르익어 터질듯한 상황에 이른다. 아무리 극한 상황에서 같이 헤쳐나갔다는 동료애라든지, 열심히 뛰어다니고 안겨 다니면서 서로의 체취나 페로몬으로 가까워질 수도 있다. 그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떻게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끼리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될 수 있냔 말이냐!

셋째, 공포를 주도하는 개체들은 의외로 약하다.
모든 공포영화에서 쓰이는 법칙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다수 공포영화에서 쓰인 법칙이기에 써본다. 공포를 주도하는 개체들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아니면 무생물이든지 오히려 영화에서 공포에 떠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너무나 약하다. 약점이 노출되어 있다든지, 의외로 가까운 곳에 해결방법이 있다든지하여서 스크린에 나오는 장면은 상당히 적다. 결국 사람들은 단지 공포에 떨고 있는 그들을 봄으로 인하여 자기도 모르게 공포에 떠는 "동기화" 현상에 의해 무섭다고 느끼는 것일지도...

넷째, 항상 결말은 끝난 것인지 모르게 끝나거나, 또 다른 사건을 만들면서 끝난다.
이제는 더이상 공포를 주도하는 개체도 사라졌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만 살아남아서 관객들은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바라볼 것이라고 희망의 상상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을 비웃듯이 공포영화의 결말은 미묘하게 뭔가 덜 끝난 듯 끝내거나 속편이 나올 것처럼 만드는 사건으로 끝을 낸다. 오히려 지금까지 보여줬던 공포보다 이렇게 끝났다고 안도의 한 숨과 긴장의 끈을 놓을 때 만들어낸 공포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러한 법칙을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뻔한 공포영화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공포를 느끼려고 할까? 우선 영화라는 것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상상의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시켜준다는 의미에서 볼 때 충분히 그러한 가능성 때문에 찾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많은 연인들이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남녀 주인공들처럼 빨리 친해지기 위한 것에 대한 심리적인 투영이나 반영 때문에 찾을지도 모르고... 글쎄... 끄적이는 자는 왠지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끌리는데?

아마 그러한 생각 때문에 끄적이는 자에게 영화관은 '데이트 코스'라고 각인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심야영화로 언제 끄적이는 자와 공포영화나 한 편 같이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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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브(2005, The Cave)
제작사 : Lakeshore Entertainment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cave2005.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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