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유치하지만 유쾌하고 따뜻하다...
어디를 보면, 이 영화가 낮에는 신부였다가 밤엔 고아를 위해 레슬러로 활동하는 아주 유명한 멕시코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고, 또 다른 자료에 보면 복면을 쓴 채 출전한 프로레슬링 게임의 대전료 수입으로 수천 명의 고아 어린이들을 보살폈던 한 멕시코 신부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실화를 모티브로 한 원작 만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리라 짐작된다.
어쨌든 이 시대의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중 한 명인 잭 블랙이 뚱뚱한 복면 레슬러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다소 유치하긴 하지만 조금의 루즈해짐도 허락치 않는 쾌활함과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주인공인 나쵸 역의 잭 블랙을 제외하고 전원 멕시코 배우들을 기용했고, 특히 잭 블랙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엔카나시온 수녀 역에 멕시코 최고의 인기 여배우라는 안나 드 라 레구에라가 청순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잭 블랙이 맡은 수도사 이그나쵸는 요리실력이 형편없는 수도원의 요리사다. 어릴 때부터 레슬링을 좋아했던 나쵸는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에스켈레토(마치 김C를 닮았다)와 2인조 팀으로 레슬러의 세계에 들어서지만 매번 어이 없는 패배를 당할 뿐이다. 물론 게임에 져도 주어지는 출전 수당으로 인해 이들의 삶은 한층 업그레이드되고 수도원의 음식도 먹을만하게 변한다. 그러나 레슬링을 사악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수도사들로 인해 나쵸의 고민은 깊어가고, 결국 "남을 도우려고 싸운다면 주님의 축복이 있다"는 짝사랑 상대 에카나리온 수녀의 말에 나쵸는 거친 황무지(?)에서 스스로를 수련하며 최고의 레슬러인 람세스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나쵸 리브레>는 개봉 당시 미국 평론가들의 어마어마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첫주에 북미 3,070개 극장에서 개봉, 3일간 2,831만 불의 양호한 수입을 올리며 박스 오피스 2위에 오르기도 한다. 나름대로의 흥행 성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DVD로 직행하게 된 건 좀 아쉽긴 한데, 아마 영화계에서 일을 하는 그 누구라도 (특히 수익과 관련한 일을 한다면) B급 감성이 철철 넘치는 이 영화가 한국에서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보고서를 작성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당연하게도 잭 블랙의 원맨쇼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잭 블랙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낯간지러움 내지는 포복절도할 웃음을 유발하는 까닭에 영화 보는 내내 "미치겠다... 잭 블랙.."이란 말이 쉴 새 없이 입안을 맴돌았다. 거기에 아름답고 목가적인 멕시코의 시골풍경과 영화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